지구 반대편, 미지의 공간을 느껴봐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이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Antipodes》전(展)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9명의 작품을 중심으로 기획됐다.

'Antipodes'는 대척지(對蹠地)란 의미다. 이 전시에서는 인간이 가보지 못한,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지구 반대편 미지의 장소를 의미한다. 작가가 상상력을 통해 비현실적인 공간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용덕의 〈나비와 함께 날기〉는 대형 공간 안에 펼쳐진 설치작품으로, 관람객이 '그림자방'에 들어가 있으면 빛을 쏘인 관람객의 그림자가 벽에 남는 작품이다. 관람객은 자신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방을 나오면서 그림자와 자신이 분리되는 것 같은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벽에 남은 검은 그림자가 오히려 자신의 실재처럼 느껴져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홍경택은 팝아트 세계를 펼쳐온 작가로,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부상했다. 회화작품 〈Come to me〉는 현란한 색으로 둘러싸인 해골을 중심으로 돈을 의미하는 상징들이 등장한다. 작가가 정성 들여 하나하나 그렸다는 동그라미들은 완전함과 돈으로 대변되는 세속적 가치를 동시에 의미하고 있다.

한국화를 전공한 한기창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X선 필름과 필름 판독용으로 쓰이는 라이트 박스를 사용해 작품을 제작한다. 라이트 박스를 통해 밝게 빛나는 꽃들은 화려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병(病)을 찍어낸 X선 필름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움인 것을 알 수 있다.

야외에 전시 중인 정현의 조각 작품 〈무제〉는 철도 침목으로 만든 것으로, 시간과 인간 삶의 의미를 부각시킨다.

임상빈의 사진 작품은 컴퓨터 작업을 통해 장소를 해체하고 새롭게 만들어 과장되게 표현한다. 63빌딩의 높이를 길게 늘어뜨려 '바벨탑'과 같이 만들기도 하고 미국의 센트럴 파크 숲을 엄청나게 우거진 정글로 만들어 공포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밖에 남경민, 이진준, 정재호, 정진용 등 9명의 다양한 작품 50여 점이 전시 중이다. 김연진 관장은 "전시 벽을 하얗게 칠한 보통 전시장과 달리 작품마다 색깔을 달리해 작품의 개성을 살렸다"고 말했다. 이영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최근 사립미술관들이 경기 불황에 움츠러들고 있는 가운데 마련된 특별전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열린다. 입장료 2000~5000원. (031)213-8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