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제자 사랑

〈제5보〉(55~70)=점심식사를 위해 빠져나온 박영훈. 막 대국장에 도착한 최규병 九단이 제자를 눈짓해 부르더니 슬그머니 뭔가를 손에 쥐어준다. 금침구(金針具)라고 불리는, 대국 때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인기 높은 프로기사들의 애용품이었다. "서울서 출발할 때 공항에서 영훈이 주려고 샀다." 기자들이 캐묻자 최 九단이 쑥스러워 하며 밝힌 사연이다. LG배 전속 해설자이도 한 그는 바쁜 일정 때문에 이틀 늦게 현지에 합류했다.

△는 철저한 실리전법의 한 수. 흑이 먼저 60의 자리에 두어 좌변을 주택화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초반에 '가'의 대세점을 차지하지 않은 것도 이 맛을 남겨두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55의 씌움 때 56으로 더 욕심을 내 참고도 1로 끼우는 것은 무리. 흑 ▲의 기착점 때문에 축(逐)이 성립하지 않아 백이 낭패다. 58까지 이런 정도. 흑이 66까지 정리한 것은 백 '나'로 젖히는 약점을 보강하는 교과서적 수법이다.

좌변 터를 빼앗긴 흑의 마음이 바빠진 상황. 과연 67, 69로 뛰어 하변 진지화를 통한 '실지(失地)' 회복을 선언한다. 순간 70의 붙임수가 터졌다. 흑이 먼저 '다'에 다가오는 절호점을 선수로 방지하겠다는 뜻. 여기서 흑의 응수가 또 어렵다. 2선과 4선, 어느 쪽으로 젖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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