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

모든 종류의 시상식을 앞두고 수상자를 예측하는 기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단어가 '압축'이다. 여러가지 정황과 가능성을 따질 때 사실상 A후보와 B후보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올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의 경우 누구 하나 그 수상 가능성을 남보다 높거나 낮게 가늠하기 힘들다. 여기서 '압축' 만큼 많이 쓰이는 '예측불가'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제3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김명민(내사랑 내곁에) 김윤석(거북이 달린다) 송강호(박쥐) 장동건(굿모닝 프레지던트) 하정우(국가대표) 모두 20％의 확률을 나눠 가진 형국이다. 무림 고수들이 치열한 기싸움을 펼치듯 이들의 승부도 극히 미세한 지점에서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2009년 청룡 트로피에 입맞출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두번째 영광이냐 생애 첫 감격이냐

김윤석 2연패 출사표 … 송강호 -장동건도 두번째 수상 노려 '본좌' 김명민 -'영건' 하정우 첫 노미네이트 깜짝호명 기대

▶양수겸장의 격돌

올해 남우주연상 후보들은 연기력과 흥행면에서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김명민 김윤석 송강호 장동건 하정우 모두 배우로서 이미 연기의 달인들로 정평이 난 인물들. 이들은 연기력에 더해 올 한해 흥행적인 측면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성적을 올렸다. 김명민은 '내사랑 내곁에'에서 열연을 펼치며 역대 자신이 출연한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관객(약 250만명)을 동원했다. '시청률 킹메이커'에서 명실상부 '충무로의 흥행보증수표'로 떠올랐다.

김윤석과 장동건은 시기적으로 각각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물량 공세 속에서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줬다. 김윤석이 출연한 영화 '거북이 달린다'는 '트랜스포머2'(약 730만명)가 장악한 6~7월 극장가에서 약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10월 22일 개봉)에서 '엣지'있는 대통령으로 분한 장동건 역시 '2012'(약 430만명)의 공습을 정면돌파하며 26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 한 달 넘게 순항하고 있다.

영화 '박쥐'의 송강호는 난해하고 철학적인 주제의 작가주의 영화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2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하정우는 우여곡절 끝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가는 스키점프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국가대표'를 통해 약 8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6위에 이름을 올렸다.

▶60s VS 70s

신구대결이 불꽃을 튀긴다. 이번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은 60년대생과 70년대생 후보들의 경합이다.

김윤석과 송강호는 60년대 기수론을 쌍끌이 하고 있다. 대학로 자취방에서 함게 라면을 끌여 먹으며 동고동락했던 연극판의 20년지기다.

송강호는 한국 영화계가 배출한 월드 스타다. '박쥐'를 비롯해 '괴물', '살인의 추억' 등이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 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배우로 올라섰다.

영화배우로서의 성공은 송강호보다 늦었지만 김윤석 역시 '타짜'와 '천하장사 마돈나', '추격자', '거북이 달린다'를 통해 충무로의 간판 스타로 자리잡았다.

70년대생인 김명민 장동건 하정우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김명민은 이미 '베토벤 바이러스'나 '하얀 거탑' 등의 드라마를 통해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내사랑 내곁에'는 브라운관에 갇혀있던 그의 천부적인 연기력을 스크린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말 그대로 '살을 깎는' 아픔을 이겨내며 연기혼을 불살랐다.

장동건은 끊임없는 진화와 성장을 보여주는 캐릭터. 출중한 외모에 비해 연기력이 다소 의문이었던 데뷔 시절과 비교해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이후의 장동건은 전혀 다른 배우로 변신했다. 특히 '친구', '해안선', '태극기 휘날리며' 등을 거치며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을 소화했다.

아버지 김용건으로부터 배우의 피를 물려받은 하정우는 아버지 김용건으로부터 배우의 피를 물려받고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연기 내공을 쌓았다. 2002년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 이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추격자', '멋진 하루' 등에 출연하며 차곡차곡 자신만의 커리어를 완성하는 중이다.

▶1st VS 2nd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의 2회 이상 수상은 흔치 않은 영광이다.

1990년 이후 2회 이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는 문성근(1992, 94, 96), 안성기(1990, 2006), 박중훈(1994, 2006), 설경구(2000, 02), 최민식(2001, 03) 등 5명 뿐이다.

올해 남우주연상 후보들의 경우엔 이미 한차례 남우주연상을 수상해본 경험이 있는 배우가 3명, 첫 노미네이트가 2명으로 구분된다.

김윤석('추격자', 2008) 송강호('우아한 세계', 2007) 장동건('태극기 휘날리며', 2004)이 한차례씩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특히 김윤석과 송강호의 인연은 남다르다. 2007년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는 2008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전년도 수상자 자격으로 남우주연상 시상을 맡았다.

올해는 김윤석이 전년도 수상자 자격으로 시상을 맡는다. 김윤석 송강호 모두 올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있는 상태. 시상자가 자신의 이름을 호명할 수도, 아니면 20년지기의 이름을 호명할 수도 있다. 가능성은 모두 열려 있다.

장동건은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청룡영화상 사상 유일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진기록을 갖고 있다. 신인남우상('패자부활전', 1997), 남우조연상('인정사정 볼 것 없다', 1999), 인기스타상('아나키스트' 2000, '친구' 2001)에 이어 2004년 남우주연상까지 수상 가능한 모든 상을 손에 쥐었다.

김명민과 하정우는 올해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경우 청룡영화상 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