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청룡영화상] 남녀신인상 후보

평생 단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상,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큰 트로피가 신인상이다. 청룡영화상 신인상은 갓 입문한 배우들에게 톱스타로 도약할 수 있는 보증수표 역할을 해왔다. 2000년대 이후만 봐도 황정민 문소리(2002년) 배용준 임수정(2003년), 수애(2004년), 다니엘 헤니 정려원(2007년) 강지환 소지섭 한예슬(2008년) 등이 신인상을 꿰차며 미래의 대성공을 예약했다. 올해 남녀 신인상 역시 예비 톱스타들의 치열한 경쟁터다. 면면을 살펴보자.

평생 단 한번의 영광…충무로의 미래

男 : 샛별 넷 vs 현직 감독

▶남자 부문은 신인임에도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배우들 5명이 포진했다.

'작전'의 김무열은 뮤지컬팬에게는 낯익은 이름이다. 수많은 여성팬을 몰고다니며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배우로 올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뮤지컬을 넘어 TV와 영화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는 '작전'에서 증권브로커 역을 인상적으로 소화, 스크린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국가대표'의 김지석 역시 브라운관 스타를 넘어 영화계 샛별로 자리매김했다. 수많은 드라마에서 정감있는 캐릭터로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그는 '국가대표'에서 할머니와 동생을 돌봐야 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스키점프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은 과묵한 소년가장 칠구를 정감 넘치게 소화했다. 동료배우들과의 앙상블도 무난했다는 평이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송창의 역시 '멀티테이너'다. 뮤지컬과 드라마를 종횡무진해온 그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서 전쟁 후 살아남기 위해 분투해야 했던 그 시대의 자화상을 리얼하게 표현했다. 시대상황을 받아들여 차분하고 냉정하면서도 사랑앞에서는 가슴 떨리고, 아픔 앞에서는 분노하는 소년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똥파리'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양익준은 독립영화에서 닦은 기량을 이 한편에 맘껏 쏟아부었다. 폭력을 증오하면서도 그것에 익숙해지는 모순된 사회 구조를 온몸으로 보여줬다. '저 배우 혹시 정말 건달 출신 아니냐'는 말을 들을만큼 걸음걸이부터 거친 언어, 싸움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연기했다. 양익준은 신인감독상 후보에도 올라 주목을 끌고 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최재웅 역시 뮤지컬계의 훈남에서 스크린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케이스다. 조승우의 상대역인 '뇌전'을 맡아 무용처럼 아름다운 검투 액션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단번에 충무로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겉으론 냉정하기 이를 데 없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 순수함을 갖춘 무인의 모습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살려냈다.

女 : 5인5색 원색경쟁

▶여자부문은 영화계의 차세대 꽃으로 성장할 아름다운 배우 5명이 대진표를 꾸렸다.

'해운대'의 강예원은 데뷔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해운대'로 오랜 무명 설움을 한 방에 날려버리며 신인상 후보에 당당히 등록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이민기와 커플을 맞춰 활달하고 당찬 연기로 '해운대'의 색깔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시원시원한 마스크와 연기력으로 스타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김꽃비 역시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배우다.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에서 신인답지 않게 차분하고 절제된 연기를 선보여 '저 배우 누구야?'라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독립영화에서도 스타가 나올 수 있음을 알리며 어린 배우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준 것도 김꽃비의 공이다.

올 상반기 화제작 '과속스캔들'의 박보영은 아역 배우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내며 차세대 스타 반열에 올랐다. 아버지가 있는 미혼모 역할을 박보영 외에 누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만큼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귀엽고 깜찍한 외모에 연기력까지 갖춰 충무로의 확실한 흥행카드로 발돋움했다.

후보 가운데 맏언니 격인 선우선은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오랜 무명 설움을 싹 씻어내더니 '거북이 달린다'로 스크린 연착륙했다. 깊이가 담긴 표정연기가 일품인 그녀는 '거북이 달린다'에서 살인마(정경호)의 은밀한 연인을 맡아 긴장감을 높이는 감정 연기로 드라마의 완성도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

신인여배우들의 등용문인 '여고괴담' 시리즈는 이번에도 후보를 배출했다. '여고괴담5-동반자살'의 오연서다. 가수 출신으로 드라마에서 적지않은 내공을 쌓은 그녀는 첫 주연을 맡아 빼어난 연기력을 과시하며 충무로가 주목하는 루키로 자리잡았다.

최강희 박예진 박한별 등에 이어 '호러 퀸' 스타의 계보를 이을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