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트로피 '007 공수작전'

심사 결과 철저한'비밀주의' 행사 직전 수상자 이름 새겨

15년째 한곳서…올해도 23개 제작 이름 새기는 데 1~2분이면 충분해

매년 청룡영화상 수상자 심사 결과는 시상식 생방송 시작 직전에 나온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심사위원들은 서울 모처에서 사실상의 '격리' 상태로 심사를 진행한다. 휴대폰 역시 행사가 끝날 때까지 '압수'다. 만에 하나 심사 결과가 외부에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심사 결과는 극히 제한된 이들에게만 전파된다. 그중 가장 목빠지게 소식을 기다리는 이는 바로 트로피 제작팀.

청룡영화상 트로피는 서울 종로의 한빛기획에서 만든다. 1994년부터 15년째 청룡 트로피를 제작해온 곳이다.

한빛기획의 장춘걸 실장은 "올해 청룡영화상 트로피는 한달 전부터 제작을 준비했다"며 "총 23개의 트로피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트로피의 주물이 제대로 나왔는지, 도금처리와 광택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행사 당일 오후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 일찌감치 종로에서 여의도 KBS홀까지 트로피를 운반한다. 문제는 트로피에 새겨야할 수상자의 이름. 금장을 입힌 청룡 트로피는 수상자 이름을 공란으로 남겨둔 채 주인을 기다리는 상태.

장 실장은 "시상식 시작 직전까지 우린 (수상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무대 뒤의 밀폐된 방에 트로피를 쌓아놓고 기다리다가 명단이 나오면 현장에서 바로 이름을 새겨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상자의 이름은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트로피 받침대에 새겨진다. 실크스크린 기법은 판화기법의 일종이다. 일단 심사 결과표가 나오면 수상자의 이름을 하나씩 인쇄하고, 종이로 필름을 떠서 잉크로 트로피에 이름을 새겨넣는 방식이다. 간단히 말해 "사람의 수작업으로 하는 인쇄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장 실장은 "트로피 하나에 이름 새기는데 약 1~2분 정도면 충분하다"며 노련미를 과시했다.

만약 이름을 새기는 도중 실수로 이름을 잘못 넣으면 어떻게 할까. 그는 "지워서 다시 쓸 수 있도록 약품을 준비해 간다"고 말했다.

물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여분의 트로피도 있다. 당일 한빛기획에서 공수해오는 트로피 개수는 총 23개. 장 실장은 "혹시 모르기 때문에 2개 정도 여분의 트로피를 가져간다"고 귀띔했다.

장 실장은 한빛기획에서 15년 동안 300개 이상의 청룡 트로피를 제작했다. 그는 "참 뿌듯하다. 영화에 대한 애착도 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지금까지 청룡 트로피를 받은 영화 스타 중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 물어봤다. 장 실장은 "김혜수씨는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오래전부터 그녀의 팬이었다"며 얼굴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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