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수상자 철통 보안' 현장속으로
입력 : 2009.12.02 22:56
| 자타공인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은막의 축제 청룡영화상 시상식. 그 권위의 원천은 공신력에 있다고 한다. 청룡영화상에 관한한 일반 팬들이나 별 다름없는 입장인 스포츠 전문 기자. 오랫동안 정말 궁금했던 사실은 과연 정말로 발표 직전까지 수상자를 아무도 모르게 꽁꽁 싸매는지 여부였다. 아마 많은 팬들도 마찬가지 궁금증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팬들을 대신해 그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딱 하루 야구 취재를 접고 여의도로 향했다. 사실 1년이면 개봉관에서 영화 한두편 보기도 힘든 스포츠팀 기자의 시각으로 현장을 급습했다. 이날만은 취재 기자라기 보다는 감시자의 심정이었다. |
| 주최측은 사전에 안다? 발표 전까지 '완벽한 비밀' |
| 스릴 더 스릴있게… |
▶역사는 3시간에 이뤄진다
2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 밀실에 9명의 심사위원이 하나둘씩 모인다. 주어진 시간은 3시간. 제30회 청룡영화상 무대를 빛낼 영광의 주인공이 가려지는 순간이다. 심사위원실 진입을 시도했다. 주최사의 기자 신분이었지만 대답은 '죽어도 안된다'였다.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택시를 잡아타고 시상식이 열리는 KBS홀로 이동했다.
오후 5시. 행사 시작 3시간 전이다. 스태프만 드문드문 자리한 텅빈 객석을 마주한 채 사회자 김혜수, 이범수가 편한 사복 차림으로 리허설에 한창이다. 리허설은 방송 시간을 맞춰보기 위해 최대한 실제 행사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신승훈, 2PM, 박진영 등 초청 가수들도 똑같이 감정을 잡아 노래를 한다. 6시까지 이어진 리허설. 사회자인 김혜수, 이범수 역시 수상자를 모르고 있었다.
그 결과 웃지 못할 광경도 있다. 리허설에서 시상자 대역을 맡은 스태프가 '남우주연상 하정우'를 외치자 김혜수는 하정우의 약력을 소개한 뒤 "남우주연상을 받으신 송강호씨 축하드립니다"라고 마무리 짓는다. 여우주연상도 시상자는 '김옥빈'을 김혜수는 "하지원씨 축하드립니다"로 매듭짓는다. 진행자들은 실제 수상이 이뤄지는 순간까지 모든 후보들의 약력을 준비하고 있다가 발표 순간 수상자 약력을 찾아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보안을 위해서라면 원시적 방법이 최고
리허설이 끝났다. 사회자들도 의상을 갈아입는 등 준비를 위해 분주한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6시5분. 현장에서 심사결과를 전달 받는 사람은 딱 한 명. 스포츠조선 사업팀 임재영 팀장이다.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임 팀장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스포츠조선 연예사회팀 김형중 차장의 전화다.
렉싱턴 호텔에서 KBS홀까지 이동시간을 감안하면 한시가 급하다. 전화로 결과를 불러주겠다는 말에 임 팀장이 귀를 쫑긋 세운 기자쪽을 흘끔거리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누가 엿들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차라리 빡빡하더라도 보안을 택한다. 현장에 도착한 뒤에 정리하자는 말과 함께 전화를 서둘러 끊는다.
오후 6시30분. 김형중 차장이 다급한 표정으로 도착한다. 바로 임 팀장에 잡혀 KBS홀 입구쪽 밀실로 끌려들어간다. 1평이 채 안되는 밀실 중의 밀실이다. 5분후 두 사람이 나온다. 임 팀장에게 결과를 물었더니 "절대 비밀"이라며 손을 내젓는다. 임 팀장은 김 차장에게 이름을 부르면 혹시 밖에서 누가 들을지도 모른다며 팸플릿의 당사자 이름에 표시만 해달라고 했단다. 철저하다. 임 팀장은 바로 프로그램 생중계를 맡은 KBS의 양영미 메인 작가를 따로 불러 은밀히 결과를 전달한다.
▶수상자 이름은 1시간 전에
각 부문별 트로피는 미리 제작돼 있다. 단 하나 이름만 비워져 있다. 식장 밖 미리 준비 돼 있던 트로피가 무대 뒤에 있는 작가실로 이동된다. 16년간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제작한 장춘걸 사장(한빛기획)과 우동수 실장이 본격적인 이름 새기기 작업에 들어갔다. 옆에선 작가 2명이 시상자들이 갖고 들어갈 봉투에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드디어 궁금하기 짝이 없던 수상자 명단을 알게 되는 영광(?)을 누렸다. 여기저기 전화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며 자랑하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애써 참았다. 봉투 역시 시상자들도 모른 채 무대에 들고 올라간다고 했다. 양 작가는 "우리 작가들이 밀봉을 해서 행사 내내 들고 있다가 시상자들에게 전달한다. 연출부에서도 모른다. 시상자가 올라갈 때쯤 무선으로 연출자에게 알려준다.
▶며느리도 모른다
이날 청룡영화상을 참관한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은 "연예인들이 진짜 결과를 모르고 오는 걸까 정말 궁금했어요. 골든글러브같은 경우는 선수들이 대충 감을 잡고 오잖아요. 청룡 영화상에서 수상자 발표 순간 놀란 표정을 짓는게 연기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죠"라고 말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오승환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을 파헤쳐보니 결코 연기가 아니었다. 이렇다보니 행사 진행은 두배로 힘들다. 심사 과정을 정확히 모르는 많은 스타와 기획사들이 "시상 결과를 알려줘야 참석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달기 일쑤다. 심지어 행사 당일까지 핵심 스태프에게는 각 기획사와 관계자의 전화가 폭주했다. 가뜩이나 바쁜 날 전화에 시달린 한 스태프는 "전화를 꺼버릴 수도 없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작 그 스태프조차 결과를 모르고 있었다.
< 정현석 기자 hschung@ 신창범 기자 tigger@>
2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 밀실에 9명의 심사위원이 하나둘씩 모인다. 주어진 시간은 3시간. 제30회 청룡영화상 무대를 빛낼 영광의 주인공이 가려지는 순간이다. 심사위원실 진입을 시도했다. 주최사의 기자 신분이었지만 대답은 '죽어도 안된다'였다.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택시를 잡아타고 시상식이 열리는 KBS홀로 이동했다.
오후 5시. 행사 시작 3시간 전이다. 스태프만 드문드문 자리한 텅빈 객석을 마주한 채 사회자 김혜수, 이범수가 편한 사복 차림으로 리허설에 한창이다. 리허설은 방송 시간을 맞춰보기 위해 최대한 실제 행사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신승훈, 2PM, 박진영 등 초청 가수들도 똑같이 감정을 잡아 노래를 한다. 6시까지 이어진 리허설. 사회자인 김혜수, 이범수 역시 수상자를 모르고 있었다.
그 결과 웃지 못할 광경도 있다. 리허설에서 시상자 대역을 맡은 스태프가 '남우주연상 하정우'를 외치자 김혜수는 하정우의 약력을 소개한 뒤 "남우주연상을 받으신 송강호씨 축하드립니다"라고 마무리 짓는다. 여우주연상도 시상자는 '김옥빈'을 김혜수는 "하지원씨 축하드립니다"로 매듭짓는다. 진행자들은 실제 수상이 이뤄지는 순간까지 모든 후보들의 약력을 준비하고 있다가 발표 순간 수상자 약력을 찾아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보안을 위해서라면 원시적 방법이 최고
리허설이 끝났다. 사회자들도 의상을 갈아입는 등 준비를 위해 분주한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6시5분. 현장에서 심사결과를 전달 받는 사람은 딱 한 명. 스포츠조선 사업팀 임재영 팀장이다.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임 팀장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스포츠조선 연예사회팀 김형중 차장의 전화다.
렉싱턴 호텔에서 KBS홀까지 이동시간을 감안하면 한시가 급하다. 전화로 결과를 불러주겠다는 말에 임 팀장이 귀를 쫑긋 세운 기자쪽을 흘끔거리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누가 엿들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차라리 빡빡하더라도 보안을 택한다. 현장에 도착한 뒤에 정리하자는 말과 함께 전화를 서둘러 끊는다.
오후 6시30분. 김형중 차장이 다급한 표정으로 도착한다. 바로 임 팀장에 잡혀 KBS홀 입구쪽 밀실로 끌려들어간다. 1평이 채 안되는 밀실 중의 밀실이다. 5분후 두 사람이 나온다. 임 팀장에게 결과를 물었더니 "절대 비밀"이라며 손을 내젓는다. 임 팀장은 김 차장에게 이름을 부르면 혹시 밖에서 누가 들을지도 모른다며 팸플릿의 당사자 이름에 표시만 해달라고 했단다. 철저하다. 임 팀장은 바로 프로그램 생중계를 맡은 KBS의 양영미 메인 작가를 따로 불러 은밀히 결과를 전달한다.
▶수상자 이름은 1시간 전에
각 부문별 트로피는 미리 제작돼 있다. 단 하나 이름만 비워져 있다. 식장 밖 미리 준비 돼 있던 트로피가 무대 뒤에 있는 작가실로 이동된다. 16년간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제작한 장춘걸 사장(한빛기획)과 우동수 실장이 본격적인 이름 새기기 작업에 들어갔다. 옆에선 작가 2명이 시상자들이 갖고 들어갈 봉투에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드디어 궁금하기 짝이 없던 수상자 명단을 알게 되는 영광(?)을 누렸다. 여기저기 전화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며 자랑하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애써 참았다. 봉투 역시 시상자들도 모른 채 무대에 들고 올라간다고 했다. 양 작가는 "우리 작가들이 밀봉을 해서 행사 내내 들고 있다가 시상자들에게 전달한다. 연출부에서도 모른다. 시상자가 올라갈 때쯤 무선으로 연출자에게 알려준다.
▶며느리도 모른다
이날 청룡영화상을 참관한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은 "연예인들이 진짜 결과를 모르고 오는 걸까 정말 궁금했어요. 골든글러브같은 경우는 선수들이 대충 감을 잡고 오잖아요. 청룡 영화상에서 수상자 발표 순간 놀란 표정을 짓는게 연기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죠"라고 말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오승환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을 파헤쳐보니 결코 연기가 아니었다. 이렇다보니 행사 진행은 두배로 힘들다. 심사 과정을 정확히 모르는 많은 스타와 기획사들이 "시상 결과를 알려줘야 참석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달기 일쑤다. 심지어 행사 당일까지 핵심 스태프에게는 각 기획사와 관계자의 전화가 폭주했다. 가뜩이나 바쁜 날 전화에 시달린 한 스태프는 "전화를 꺼버릴 수도 없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작 그 스태프조차 결과를 모르고 있었다.
< 정현석 기자 hschung@ 신창범 기자 ti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