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하지원, "여배우들의 꿈 이뤄..."

쟁쟁한 후보들과 경쟁…어젯밤 잠안와 맥주먹고 잠자

10년만에 청룡을 품에 안았다.

87년 데뷔한 하지원은 2000년 '가위'를 통해 충무로 데뷔전을 치렀지만, 유독 청룡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이번에 처음 청룡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어젯밤에 너무 떨리더라고요. 쟁쟁한 후보들이라 수상은 기대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잠이 안와서....맥주 딱 한 잔 딱 마시고 잤어요."

하지원은 이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거의 몰표를 얻었다. 총 9명의 심사위원 중 7명의 표를 얻으며 2표를 얻은 김혜자를 물리치고 당당히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심사위원들은 하지원이 '내사랑 내곁에'서 보여준 자연스러운 캐릭터 설정, 그간의 풍부한 필모그래피를 높게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또래 연기자중 하지원처럼 현대물과 사극을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를 구축해온 배우도 드물다. 드라마 '다모(2003)'와 영화 '형사 Duelist(2005)'에선 조선의 여성 검객을, 2006년 드라마 '황진이'에선 뭇 사내를 상사병에 빠트리는 절세기녀 황진이로 변신했다. 뿐만 아니다. 2002년 영화 '색즉시공'에선 캠퍼스 퀸카를, '내사랑 싸가지(2004)'에선 천방지축 여고생을, '1번가의 기적(2007)'에선 동양챔피언을 꿈꾸는 말광량이 여자 복서가 됐다. '폰(2002)', '가위(2000)' 등에선 숨막히는 호러 연기를 선보였다. 그러나 그간 인기스타상 외엔 청룡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한때 평생여우주연상을 못받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어요. 연기하는 내내 너무 힘들어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는데.... 모든 여배우들의 꿈이라 할 수 있는 청룡 트로피를 품에 안게 돼 무척 기뻐요."

이날 인기스타상까지 거머쥐면서 그간의 한을 한방에 날려버린 하지원. '내사랑 내곁에'에서 하지원은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한 여자의 순애보적 사랑을 절절하게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