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수상자, 못다한 무대 뒤 소감은?

[스포츠조선 T―뉴스 특별취재팀] 올해로 30회째를 맞은 '청룡영화상'은 높은 권위만큼 많은 배우들이 감격의 수상 소감을 쏟아낸다. 하지만 무대 뒤에서 상패에 이름을 새길만큼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많은 배우들이 갑작스런 수상으로 말을 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트로피를 거머쥔 배우들의 무대 뒤 소감을 들어봤다.

　▶ 진구 김해숙 "다음 번엔 주연상 욕심나"

진구와 김해숙은 각기 남녀조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마더'의 진구는 비교적 덤덤한 편이었다. 그는 무대 뒤로 내려와 다시 시상자로 나설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짧게 "많은 상을 받아서 상 욕심은 없었는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다음 번엔 남우주연상을 받기 위해서 내일부터 당장 땅이라도 파야하겠다"며 웃었다.

김해숙은 우아한 자태를 잃지 않았다. 그는 "수상 소감을 준비 못했지만, 무대 위에서 할 말은 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 탔지만 또 욕심이 난다. 배우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은가? 다음 번엔 여우주연상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최다관객상을 탄 윤제균 감독은 무대 뒤에서 하지원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윤 감독과 하지원은 나란히 "이 상은 관객들이 주신 상"이라며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드리겠다"고 입을 모았다.

감독상을 탄 김용화 감독 역시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상을 원래 몰아서 주셔서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이번에도 당황스러웠다. 쟁쟁한 감독들이 많아서 기대 안했는데 너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청룡 트로피는 일단 무겁고 무기로도 쓸 수 있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서 좋다. 다음 작품도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명민, 장진영 추모하며 뜨거운 눈물

뜨거운 눈물을 무대 뒤에서도 주체 못한 영광의 주인공도 있었다. 바로 시상식의 꽃인 남녀주연상을 거머쥔 김명민과 하지원이었다. '내사랑 내곁에'의 남녀주인공이기도 한 두사람은 무대 뒤에서도 서로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특히 김명민은 무대 위에서는 하지원, 무대 뒤에서는 故 장진영을 각별히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김명민은 "2001년 '소름'이란 영화로 장진영과 나란히 남녀주연상 후보로 올랐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내가 배우로서의 아량이 좁았다. 여우주연상을 탄 장진영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남자 배우로 편안하게 이끌고 아량도 넓게 가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제 와서 후회된다. 만약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한 작품을 하고 싶다. 하늘 나라에서나마 행복하게 잘 쉬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원은 행복의 미소와 함께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는 트로피를 꼭 쥐면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겠다"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절 키워주신 엄마 아빠에게 빨리 달려가고 싶다. 오늘 아침에 집을 나설 때 꼭 상타고 오라며 파이팅을 외쳐 주셨다. 너무 기뻐하실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청룡 트로피가 굉장히 무겁다. 이 무게보다 더 많은 짐이 오늘 생긴 것 같다. 배우로서 더 큰 감동을 드리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