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사랑을 위해 늙기를 거부하는 중세 여인

16세기 헝가리왕국(현 슬로바키아)의 백작부인 에르제베트 바토리(줄리 델피)는 늘 전쟁터에 나가 있는 남편 대신 재산을 관리한다. 왕에게 돈을 빌려줄 만큼 부자였던 그녀는 남편이 죽은 뒤, 파티에서 튜르조 백작(윌리엄 허트)의 젊은 아들 이스트반(다니엘 브륄)에게 매혹된다. 그러나 그녀의 재산을 질투하는 튜르조의 계략으로 이스트반은 그녀를 떠나고, 바토리는 자신이 늙었기에 그가 떠났다고 믿는다. 처녀의 피를 바르면 피부가 젊어진다고 믿은 그녀는 수많은 처녀들을 붙잡아다가 산 채로 피를 짜낸다.

끔찍한 중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카운테스(3일 개봉)'는 역사가 전하는 괴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초라한 바토리 무덤 앞에서 그의 젊은 연인이 "역사는 승리자들이 날조한 것"이라고 읊조리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재판기록까지 남은 그녀의 삶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돈 많은 40대 부인과 20대 초반 청년의 불꽃 같은 사랑이 순수성을 입증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사랑은 이뤄질 때까지 오직 치명적으로 괴로운 열병이며, 그 백신은 억만금으로도 살 수 없다.

영화는 "진실은 벽돌 속에 봉인되었다"는 대사로 맺는다. 그러나 끝까지 사랑을 지지하는 감독의 목소리는, 문서로 남은 역사에 가려 공허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