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청룡이 남긴 것

'진정한 영화인들의 잔치.' 지난 2일 열린 제30회 청룡영화상은 '마더'(봉준호 감독)에 최우수작품상을, 김명민-하지원에 남녀주연상을 안기며 화려한 축제를 마무리했다. 2시간에 걸쳐 흥겨운 분위기 속에 눈물과 감동의 드라마를 보여줬다. 이번 청룡영화상이 남긴 의미는 무엇일까.

배우들 '청룡=필참'

상 놓친 후보들 자리 지키며 축하의 박수…배우-감독-제작자들 "최고의 잔치"

▶함께 하는 축제

올해 시상식은 오프닝부터 눈길을 끌었다. '국가대표' '굿모닝 프레지던트' '마더' '박쥐' '해운대' 등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오른 다섯작품의 제작자와 출연진이 무대에 등장해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김용화 윤제균 장 진 감독과 하정우 하지원 김옥빈 김인권 장영남 임하룡 진구 등 출연배우들이 차례로 나서 영화팬들에게 인사했다. 30회의 의미를 살려 모두가 즐기고, 모두가 참여하는 잔치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시도였다. 한 영화인은 "배우와 감독, 제작자들이 저렇게 나서는 것은 처음 봤다"며 "영화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더 좋은 영화를 만들자는 의지를 보여준 것 같아 흐뭇하다"고 평했다.

모두가 함께 하는 축제의 정신은 행사 끝까지 계속됐다. 노미네이션된 배우들이 거의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수상자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아쉽게 상을 놓친 후보들은 아낌없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일부 행사에서 단골로 등장했던, 상을 받지 못하면 곧 자리를 뜨는 볼성 사나운 장면은 눈에 띄지 않았다. 모두가 잔치를 즐겼다.

▶공정한 축제

"청룡이니까 당연히 참석해야죠."

영화인들을 하나로 모으는 '청룡의 힘'은 무얼까? 다름아닌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다. 예심과정부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다섯명의 후보를 추려낸다. 아울러 본심 결과를 시상식 다음날 지면에 공개하는 전통을 이어왔다. 모든 것을 밝히며, 팬들에게 심사결과를 심사받는 것이다. 이런 점이 영화인들에게 '청룡=필참'의 공식을 제공해왔다. 올해 역시 노미네이션 발표 직후 누가 받아도 될 만큼 잘 추려졌다는 평이 대세를 이뤘다. 한 후보는 "솔직히 내가 못 받아도 창피하지 않을 만큼 훌륭한 후보들이 많다"고 평했다.

▶미래지향적 축제

30회 청룡상은 '예술성과 대중성의 조화'라는 평이하면서도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마더' '박쥐' '똥파리' 등 평단의 호응을 받았던 작품들과 '국가대표' '해운대' '과속스캔들' 등 일반 팬들의 지지를 받았던 작품들이 고르게 주목받았다.

'영혼을 일깨우는 예술'이자 대중들이 즐기는 '문화상품'이라는 양면성이 영화를 지탱하는 양 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장의 반응을 수용하고 대중과 소통하면서, 영혼의 양식이 되어야한다는 21세기 영화예술의 정체성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창의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시도와 장르와 관계없이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한국영화를 살찌우는 에너지라는 점에 경의를 표했다. 올해 청룡상 수상 결과는 팬들과 스타가, 그리고 '깊이'와 소통이 함께 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 김형중 기자 h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