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스토리=청룡 1년 후] 예진아 넌 어디까지 왔니?

[스포츠조선 T-뉴스 이정혁 기자] 벌써 1년이 흘렀다.

제29회 청룡영화상에서 '아내가 결혼했다'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손예진. 수상 당시 "스물일곱 여배우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정신 차리라고 이 상을 주신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이던 그녀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모든 여배우들에게 꿈이에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은."

신인때 시상식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 자리에 설 수 있겠지'라는 꿈을 키웠다. 장동건과 시상을 하기 위해 처음 청룡영화상 나들이를 했을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 앞에서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뛰었다.

그리고 드디어 꿈을 이뤘다. "7부 능선은 넘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가요"라고 되묻던 손예진은 신중하게 대답을 했다.

"청룡을 품에 안았을 때 황홀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었죠."

신인때부터의 목표를 이뤘으니 더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을 터. 그러나 배우 손예진에겐 쉼표란 없는 듯, 자신을 끊임없이 담금질하고 있다.

'무방비도시'나 '아내가 결혼했다'에 이어 청룡 수상 직후 택한 최근작 '백야행'까지. 모두 녹록치 않은 캐릭터들이다. 쉬운 길보다는 도전하는 작품에 끌리는 '탓'에 가시밭길을 골라온 것이다.

"나이를 한 살 먹으면 연기가 편해질 줄 알았는데 더 어려워요. 이렇게 '예민하고 고통을 즐기는' 손예진이 내가 봐도 불쌍할 때가 있어요. 하하."

'백야행'에서 그녀가 열연한 유미호란 인물은 선악을 넘나드는 인물. 일본 유명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화제작에서 손예진은 사랑하는 남자 고수를 살인자로 만드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뒷심을 발휘하며 본격 관객 몰이중인 이 영화의 관객들은 그녀의 정교한 열연에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들었다. 또래 연기자 중 평단과 관객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탄탄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래도 연기 욕심, 갈증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아직도 못보여준 무언가가 있고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밑그림을 가진 작품과, 여기에 색칠할 자신의 연기에 대해 끝없이 목말라한다. 갈길이 멀다는 생각을 자꾸 한다.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또 다른 욕심이 생겨요. '백야행'을 끝내고 돌아서는 순간 '아 이제야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배우 손예진 속에 있는 욕심이 다 풀리는 날은 언제일까. 물론 관객들에겐 그녀의 끝 없는 연기 갈증이 풀리지 않아서 더욱 행복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분명한건 그녀가 해답의 열쇠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길을 걷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어딘가 있는 금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의 주인공 산티에고처럼 말이다. <jjangga@sportschosun.com, 사진=박현민 기자 gat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