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 주인공 정우, "정말 괜찮은 어른 되고파"

영화 '바람' 주인공 정우 …

치열한 고교 경험담 99％ 담아 "관객과 소통 원해"

　어느날 학교에 형사들이 찾아온다.

공무집행이라고 적혀 있는 승합차에 고1 남학생 네댓명이 올라탄다.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이들은 처음 접하는 창살의 공포에 밤잠을 설친다. 정우의 아버지는 사고친 아들을 위해 유치장에 카스테라 빵과 바나나우유를 넣어준다. 3일 뒤 출소됐을 때 마중 나온 어머니는 아들의 얼굴에 두부를 처박은 뒤 찬바람을 휘날리며 집으로 앞장선다.

집에 도착한 정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진짜 고통은 이제부터다. 방문이 열리고 야구 배트를 든 친형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들의 성장담을 다룬, 보다 정확하게는 주연배우 정우의 경험담을 99％ 담은 영화 '바람'. 폼나는 고등학교 시절을 지향하며 과도한 흡연과 섣부른 주먹질, 어설픈 허세를 부렸던 이야기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로 솔직담백하게 그려졌다.

　▶캐스팅 디렉터 자처한 사연

'바람'의 이성한 감독은 정우와 영화 '스페어'를 함께 찍었다. 정우가 들려주는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듣고 영화로 만들 생각을 가졌다. 영화 바람에는 정우의 친구와 매니저 등 지인들이 총출동했다.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들 중에 요즘도 연락하는 사람이 딱 한명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도 실제 출연을 했어요. 영화 속 실존 인물이죠."

정우의 소속사 관계자들도 영화에 출연했다. 소속 매니지먼트 실장이 나오고 담당 매니저도 나온다. 정우가 여자친구 문제로 다른 학교 학생들과 시비가 붙어 패싸움으로 번질 뻔한 사건에서 상대 학교의 대장 노릇을 했다. "우리 매니저 실장님이랑 제가 두 살 차이에요. 제가 고1 때 실장님이 고3인 거죠. 그때 당시 싸움 붙었을 때 상대 학교 '짱'이 유도부 주장이었거든요. 근데 우리 실장님이 실제로 그 학교 유도부 출신이었어요."

　▶아버지께 바치는 영화

　정우의 아버지는 간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영화에서처럼 정우가 고3 때였다.

"어릴 때야 가난이 뭔지도 모르고 단칸방에 살면서도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죠. 처음엔 범일동에서 서점을 했는데 손님이 좀 많아서 부산 서면으로 서점을 옮겼어요. 이제 의식주도 해결되고 평범하게 살만해지니까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거죠."

영화는 중반까지 고등학교의 밉지 않은 문제아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흐르다 어느 순간 시선을 정우와 아버지의 관계를 바라보는 쪽으로 옮긴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그를 쏙 빼닮은 아들 사이에 속마음을 열어보이는 대화가 오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께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정말 괜찮은 어른이 되겠다'고. 용기를 더 냈어야 하는데. 근데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님이 그 기회를 만들어주신 거죠. 영화 속 아버지 영전에서 펑펑 우는 장면을 찍고 나서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어요."

　▶'바람'의 배우, 정우의 '바람'

정우는 고3 때 서울에 올라와 연기학원을 다녔고 2000년 서울예술대학 영화과에 입학했다. 데뷔는 2001년. '7인의 새벽'이라는 영화였는데 한 영화전문잡지에서 그해 최악의 영화로 선정했다. 이후 '스페어'를 비롯해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 열차를 타라', '짝패', '사생결단' 등 2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정우는 "'바람'이라는 영화가 많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