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밀착취재기] 인간 손예진, 그녀는 따뜻했다

[스포츠조선 T―뉴스 박현민 기자] 배우 손예진과 2박 3일을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손예진을 직접 만나기 전은 막연히 '뒤따르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일상을 엿볼 수 있겠구나' 하는 흥분과 함께 '자칫 따라다니다가 신경이라도 거슬리게 해 된통 혼나고 철수하는 건 아닐까'라는 우려가 교묘하게 뒤섞여 묘한 감정이 일었다.

그를 처음 만난 곳은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의 숍 인트렌드. 그는 이곳에서 이틀 뒤 있는 '제 30회 청룡영화상' 참석 때 입을 드레스를 고르기 위해 방문했다. 항상 레드카펫 위에서 엄선된 모습만을 봐오다가, 이전 준비 과정을 지켜보니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구나' 라는게 느껴졌다.

손예진은 그 곳에서 드레스를 입어보고, 거울에 비춰보고, 함께 있던 이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는 '입고-보고-묻고'의 3단계를 2~3시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반복했다. 보는 사람도 지칠 정도의 반복 작업이었지만, 정작 손예진 본인은 힘든 내색없이 웃는 얼굴로 과정을 진행했다.

해가 저물어서야 피팅과 드레스 선택이 모두 마무리 됐다. 그는 작업이 끝나자 모두에게 "오늘 하루 수고하셨어요"라며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음날은 운동 모습을 공개했다.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문지숙 필라테스'에서 그는 한참 필라테스에 빠져 취재진의 방문도 눈치채지 못했다. 고개를 돌리는 과정에서 겨우 눈이 마주친 후에야 "오셨네요"라며 반겼다. 필라테스를 하는 손예진은 스크린에서 보던 까칠하고 팜므파탈적인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지만, 배우로서 그의 몸을 감싸는 진한 아우라는 민낯에 운동복 복장에서도 확연히 느껴졌다.

손예진은 가식이나 내숭없이 솔직했다. 그는 "여배우라면 몸매에 신경써야죠"라며 자신은 '노력으로 만들어진 몸매'라고 말하며 '신이 내린 몸매'나 '타고난 몸매' 등의 칭찬은 고사하겠다고 했다. 그는 "하루도 빼지 않고 필라테스 센터를 찾는다"고 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연이어 고난이도의 포즈를 연속으로 취해보이며 취재진을 당황케했다.

이어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며 취재진에게도 필라테스 포즈를 권하며 웃었다. 하지만 몸이 이미 굳을대로 굳어버린 초보자에게는 숙련된 그의 필라테스 포즈를 따라가기란 역부족이었다. 처음와본 장소에서 동선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쭈뼛거리며 굳어있는 취재진을 배려하듯, 힘든 포즈 중에도 손예진은 시종일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걸어줬다. 주객이 뒤바뀐 기분이라 민망했지만, 그 배려에 진실된 따뜻함이 묻어나 그의 인간미가 느껴졌다.

마지막 날 손예진을 만난 곳은 청담의 유명 헤어숍인 제니하우스다. 그는 네일 작업을 막 끝내고, 메이크업과 헤어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원래 화장이 짙지 않은 그였기에 민낯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다.

메이크업과 헤어 세팅 작업도 피팅 작업만큼이나 길고 험난(?)했다. 그는 그 와중에 "저번 사진 잘 나왔어요? 난 왼쪽 얼굴이 더 예쁜데 이쪽으로 찍어주면 안돼요?"라며 애교섞인 요청을 한다. 과정 중간 중간 취재진의 귀찮은 질문에도 또박 또박 잘 답해준다. 복잡한 얘기가 나왔을 때는 작업을 잠깐 중단하고 성심껏 답해주는 모습도 보여 왠지 미안함까지 들었다. 결국 그는 모든 작업을 끝내고 후다닥 자신의 밴으로 뛰어가야했다. 밴에 타는 그 순간까지 그는 "그럼 다음에 또 뵈요"라는 마지막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2박 3일간 따라다니는 내내 배우 손예진에 대한 선입견은 확실히 무너졌다. 톱여배우에 위치한, 혹은 그냥 여배우들이 스크린 밖에서는 항상 모든이에게 신경질을 부리며 까칠하게구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야누스적 성향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나에게는, 이토록 모두를 배려하고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이 의외고 익숙지 않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인간적인 따뜻함과 미소, 배려 등이 진하게 마음속에 각인됐다. 이제는 혹여 누군가가 '실제 손예진은 어때?'라고 물으면 주저 없이 "인간적으로 따뜻한 사람"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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