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의 시네마 업데이트] '뉴문', 뱀파이어와 소녀의 로맨스

'트와일라잇'을 봤을 때가 생각난다. 영화 보는 내내 곳곳에서 "아…"하는 감탄사가 들렸다. 끝나고 화장실에 갔더니 여성 관객들이 거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말도 했다. "내 목도 좀 물어주지" "나도 업히고 싶더라" 그게 다 에드워드 때문이었다.

'트와일라잇'의 환상적인 꽃미남 뱀파이어 에드워드. 여주인공 벨라를 등에 업고 빛의 속도로 숲을 달리는 그의 자태는 대략 10대부터 40대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니까, 속편 '뉴문'을 기다렸냐고? 당연하지. 엄청 기다렸다.

1편에서 연인이 된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인간 소녀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별을 맞는다. 에드워드는 피를 마시는 자신과 뱀파이어 가족들 때문에 벨라가 위험해지자 냉정한 작별을 고한다. 폐인처럼 살게 된 벨라는 오랜 친구인 늑대인간 '퀼렛 족'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에게 위로를 받는다. 하지만 제이콥의 극진한 애정 때문에 에드워드가 더 그리워진 벨라는 그의 환영을 보려고 위험한 절벽 다이빙을 시도한다. 그 후 에드워드는 벨라가 죽은 줄 알고 뱀파이어 왕족인 볼투리 가를 찾아가 죽기를 자청한다.

영화 속에서 벨라가 수업시간에 보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는 그대로 에드워드와 벨라에게 이어진다. 벨라는 에드워드와 영원히 함께 있고 싶어 뱀파이어가 되려 하고, 불멸의 존재인 에드워드는 벨라가 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너와 함께 할 수 있다면, 혹은 없다면 죽어도 좋다는 식의 애정공세. 그것만으로도 소녀 팬들의 환상은 충족되겠지만, '뉴 문'에선 또 다른 판타지가 더해진다. (남자들의 이상형이 청순한 글래머라면) 여자들의 이상형인 섬세한 근육맨의 등장, 즉 늑대인간 제이콥의 지고지순한 헌신이다. 벨라는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에게 모두 소중한 존재가 된다. 흥미진진하긴 한데, 이번엔 두 번째라서인지 손발이 더 오그라든다. 뱀파이어가 햇빛에 나서지 못하는 게 온몸이 다이아몬드처럼 황홀하게 빛나기 때문이라는 설정, 사실 오죽 낯간지러운가.

'뉴 문'은 확실히 스케일이 커지고 액션도 화려해졌다. 하지만 '트와일라잇'이 발산했던 두근거림은 다소 줄어들었다. 피에 대한 갈망과 뒤엉킨 십대의 성적 욕망, 떨리는 로맨스가 뒤섞였던 아스라한 청춘의 기운은 가라앉았다. 원작의 장면들을 거의 실체화 했으니 팬들에겐 용서 받겠지만….

영화관을 나오자 중학생 여자아이가 엄마한테 말했다. "기가 막혀. 에드워드가 벨라한테 결혼하재. 말이 돼 엄마? 그 나이에?" 끄덕이는 엄마. 10대와 40대를 소통시키다니, 이쯤 되면 '뉴문'을 둘러싼 풍경이야말로 괜찮은 판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