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바둑리그 3년 연속 우승

"우리는 선수를 정(情)으로 안 뽑습니다. 매순간 최강만 선발해왔고, 그런 방식으로 올해도 우승할 겁니다." 지난 4월 바둑리그 출전선수 드래프트 때 영남일보 최규병 감독이 단호한 표정으로 했던 말이다. 당시 슬럼프에 빠져 있던 '혈육 같은 후배' 유창혁을 자율 지명으로 호명한 직후 사회자의 짓궂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 유창혁이 마지막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6일 한국기원서 막을 내린 KB국민은행 2009 한국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최종 3차전. 2대2 상황에서 등장한 유창혁은 한게임 김주호를 상대로 피 말리는 접전 끝에 흑으로 1집 반을 남겼다. 영남일보가 2007년 이후 바둑리그 사상 초유의 3연패(連覇)를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3차전은 잘 짜인 완벽한 드라마였다. 시작은 한게임이 좋았다. 첫판서 이영구가 올 바둑리그 다승왕 김지석(정규리그 10승2패·포스트시즌 2승1패)을 제압했다. 2국서 홍성지가 강유택에게 패했지만 '복덩이' 한웅규가 포스트시즌 4승(1패)째를 따내면서 첫날은 한게임이 2대1로 앞섰다. 오더(대진 순번)가 한게임에 유리하게 짜였다는 세평이 적중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틀째(6일) 대국을 앞두고 최규병 감독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박영훈을 장고 바둑에서 이길 상대는 아무도 없다"는 거였다. 제4국(장고판)에 등장한 박영훈은 스승이기도 한 최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게임 윤준상과의 주장 맞대결서 쫓기던 대마를 묘수로 타개하며 극적으로 승리, 2대2 타이로 끌고 간 것. 그리곤 유창혁의 마무리 결승타가 터졌다.

영남일보 우승의 힘이라면 남다른 조직력이 꼽힌다. 주장 박영훈이 정규리그 8승 포함, 10승을 책임졌고 김지석이 리그 최다승으로 팀을 이끌었다. '프랜차이즈 스타' 김형우가 시즌 중 4번이나 팀 '승리타점'을 도맡자 염정훈도 2승으로 힘을 보탰다. 유창혁의 포스트 시즌 2승(1패)은 그중에서도 백미였다.

한게임으로선 손에 거의 넣었던 우승을 놓친 결과.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인 승부사 차민수 감독이 "홍성지 윤준상 김주호 3판 중 한 판만 지켜냈어도…"라며 허탈해할 만했다. 하지만 작년 7위에서 준우승까지 도약하는 과정에서 멤버들이 보여준 투혼은 박수를 받기 충분했다. 선수 드래프트 추첨 때 마지막 순번(7번)을 뽑고, 정규시즌 4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는 불리함 속에 얻어낸 성적이었다.

장장 7개월여에 걸쳐 치러진 올해 바둑리그는 과거 어느 해보다도 팽팽한 팀 전력으로 명승부가 속출했다. 3대2 스코어가 전체 47경기 중 66%인 31경기에 달할 만큼 박진감이 넘쳤다. 하지만 이세돌이 불참 이유로 내세웠던 실력별 차등 상금 지급 등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숙제도 남겼다.

영남일보와 한게임은 각각 우승(2억원) 및 준우승(1억원)의 단체상금을 받는다. 바투가 3위, Kixx가 4위에 랭크됐다. MVP, 신인상 등 개인부문 시상은 11일 오전 11시 서울 메리어트호텔서 열리는 대회 폐막식 때 발표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