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의 불같은 열정, 화폭에 타오르다

이만익 화백의 개인전 《휴머니즘 예찬》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열리고 있다.

이 화백은 설화 등 우리 고유의 역사와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면서 한국적 정취가 풍부한 작품을 보여왔다. 이번 전시는 2006년에 이어 3년 만에 갖는 개인전으로, 신작을 중심으로 50여점을 전시 중이다. 작가가 "사람을 강조하다 보니 원근법과 명암법은 무시되고 상대적으로 색이 강렬해지고 평면적이 되었다"고 말한 것처럼, 그의 작품 중심에는 인간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과 함께 예술의 원천인 휴머니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았다.

작가는 평소 문학 작품을 즐겨 읽고 그림을 그릴 때 시를 암송할 정도로 문학을 사랑해왔다. 작품 〈나의 시(서정주)〉 〈사월의 노래(박목월)〉에선 시인에 대한 작가의 각별한 애정을 볼 수 있다. 전에는 '헌화가' '서동요' 같이 우리 문학과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알퐁스 도데의 '별' 같은 해외문학을 가져왔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던 이 화백은 경기중 재학 시절 국전에 입선하면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서울대 미대에 입학한 뒤에는 박서보 윤명로 화백 등과 어울렸고, 1970년대에는 2년간 파리에 체류하면서 작품 세계를 고민했다. 귀국한 뒤 굵은 윤곽선과 강렬한 색채의 화풍을 확립했다.

《휴머니즘 예찬》전은 이만익 화백의 이전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주몽(朱蒙)이나 주몽의 어머니인 유화(柳花) 부인을 그린 작품들은 우리 민족의 강건한 정신세계를 표현했다. 〈주몽〉은 역경을 헤치고 용맹스럽게 전진하는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유화 부인 자매를 그린 〈유화자매도〉는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도원(桃園) 일출도〉를 비롯해 최근작들은 전보다 한결 화사해진 색감을 보여준다. 전에는 무거운 색으로 형상화한 이상향을 보여줘 인간이 갈망하지만 도달하기 쉽지 않은 곳임을 암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산뜻하리만치 화려한 색을 통해 이상향에 대한 작가의 긍정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도원 가족도〉는 고향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가족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언제라도 찾아가면 힘든 일로 거칠어진 손으로 잡아줄 어머니나 할머니가 떠오른다. 전시는 12월 20일까지 열린다. (02)519-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