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4차원 전투(戰鬪)

〈제11보〉(141~154)=우하 일대 전투가 일단락되면서 자욱하던 안개가 조금씩 걷히고 있다. 중앙 백 대마는 흑 다섯 점을 잡고 살았고, 그 왼쪽 흑 5점과 좌중앙 쪽 백은 나란히 공중에 떠 있다. 흑 141은 우중앙 백에 선공을 가해 중원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뜻의 선치중(先置中). 놓이고 보니 숨이 컥 막히는 서늘한 급소다.

하지만 박영훈은 이 수에 대해 고개를 저으며 참고1도를 제시했다. "먼저 1로 연결할 장면이다. 백도 8까지 이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때 9로 여유 있게 공격해 오는 게 싫었다." 그렇다면 141로 아예 참고2도 1부터 두어 노골적으로 공략해가는 수는 어떨까. "그것은 6으로 탈출해 아래 흑 4점이 외로워진다(박영훈)."

144가 봉쇄를 피하며 흑 4점을 압박하는 절호점. 145엔 146의 돌파가 기분 좋다. 147은 우상 중앙 쪽 백을 볼모로 아래쪽 백 대마를 노리는 일관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법. 149를 두려워하지 않고 148로 버티면서 중앙의 '4차원적 전투'는 끝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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