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초상' 보면 작가들 특성 보여

1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시작되는 《모네에서 피카소까지》전(展)은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서양미술의 중심을 이뤄온 거장(巨匠)들의 걸작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모네에서 피카소까지》전은 내용이 풍성하고 다양해 여러 주제로 나눠서 감상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거장들이 그려낸 여인의 초상들을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와 화파(畵派)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방한한 필라델피아미술관의 유럽회화 수석 큐레이터 조셉 리셸씨는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네를 시작으로 그에게 영향을 받은 세잔과 르누아르, 모딜리아니 등이 그린 여인 초상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네의 〈카르멘으로 분장한 에밀 앙브르의 초상〉은 이번 전시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에밀 앙브르는 마네가 살았을 당시 최고 인기를 모으고 있던 프랑스의 오페라 여가수였다. 미국에서 오페라 《카르멘》을 공연하기도 했던 앙브르는 마네를 위해 카르멘 역의 옷을 입고 모델을 서 주었다. 앙브르의 옷과 부채에서 마네의 자신감 넘치는 터치를 느낄 수 있다.

초상화가로 명성을 날린 르누아르는 이번 전시에서 소녀와 성숙한 여인을 나란히 보여주고 있다. 〈르그랑양의 초상〉은 열 살도 안 된 앳된 소녀 르그랑을 그린 초상화로, 소녀를 통해 순수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소녀가 입은 검은색 원피스는 마네에게서 영향을 받은 검은색을 표현한 것이다. 검은색은 밝은 색과 대조를 이루면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수줍은 시선을 던지며 다소곳하게 포갠 손이 소녀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손가락에서 빛을 내고 있는 반지와 목걸이가 마치 소녀가 눈앞에 서 있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르누아르의 또 다른 초상화인 〈알린 샤리고의 초상〉은 작가의 아내를 그린 작품이다. 〈르그랑양의 초상〉에서 보여주는 차분함과 달리 경쾌하고 화사한 색감이 넘쳐난다. 마치 색을 통해 삶의 환희와 행복을 표현하려는 듯하다. 르누아르 특유의 여인에 대한 사랑스러운 묘사와 부드러운 터치가 잘 나타나 있다. 통통한 두 뺨에 나타난 홍조가 살아 있는 여인을 앞에 두고 있는 듯하다.

세잔은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색채와 양감을 연구한 작가였다. 그가 그린 〈세잔 부인의 초상〉은 여인의 얼굴에서 지치고 슬픈 표정을 발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그림이 여성의 복잡미묘한 표정을 정확하게 표현해낸 걸작이라고 평가한다. 수석 큐레이터 리셸씨는 "자연스럽게 보이는 귀의 아름다움이나 검은색 드레스의 표현도 놓치지 말라"고 말했다. 세잔의 검은색 드레스 역시 마네의 검은색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마네는 스페인 회화에서 영향을 받았고 다루기 쉽지 않은 검은색을 즐겨 사용했다.

모딜리아니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이상적인 이미지로 표현한 작가다. 그의 〈푸른 눈(잔 에뷔테른의 초상)〉은 작가가 타계하기 3년 전에 그린 아내 잔의 초상으로 모딜리아니 애호가들의 눈길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살짝 옆으로 기울어진 머리와 깊게 파인 목의 선을 현대적이면서도 우아하게 표현했다. 모딜리아니는 아내 잔의 특징을 추상적인 화법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런 표현 방법을 선택했다. 모딜리아니의 〈푸른 눈〉은 배경을 분할하는 등 세잔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나타나 있다.

마네와 세잔, 르누아르, 모딜리아니 등 네 거장의 여인 초상만 비교해 봐도 관람에 흥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내년 3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성인 1만3000원, 중고생 9000원, 초등생 이하 7000원 (02)521-73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