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묘수(妙手)풀이

〈제14보〉(187~192)=바둑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직접 대국뿐 아니라 관전의 재미도 웬만한 격투기 뺨친다. '묘수풀이'라고 불리는 사활(死活)문제를 푸는 것도 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사활문제는 음악의 멋진 선율(旋律)을 닮았다. 고금의 고수들이 수만 개의 작품을 발표했건만,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여전히 주옥같은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잘 다듬어진 사활 문제들은 바둑이 그저 단순한 승부만이 아닌, 훌륭한 예술임을 깨우쳐주곤 한다.

하변에 묘수풀이가 등장했다. 187부터 191까지 살았는데 손을 빼면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 참고1도 1 비마(飛馬)로 달려 5궁도화(五宮桃花)로 잡힌다. 그렇다면 191을 생략했을 경우 백선(白先)으로 어떤 수단이 있을까. 참고2도 5까지 패(覇)가 된다. 5로 A면 흑 B로 빅활(活). 또 5 때 흑이 C로 물러나면 백 B에 두어 매화육궁(梅花六宮)으로 죽는다.

이 바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좌상 중앙 일대 공지(空地)에 어느 만큼의 흑집이 나느냐가 마지막 과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실제로 다음 보(譜)에서 이 일대는 처절한 백병전 속에 피로 물든 최후의 격전지로 변하게 된다. 그 시발점이 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