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전 펀드팀장의 '재테크 파일'] 투신사, 은행·보험사 새 주인과는 궁합이 안맞았다
입력 : 2009.12.14 03:29
한투·대투·국투 팔린지 5년… 3개 투신사의 엇갈린 운명
은행·보험에 팔린 대투·국투 보수적 경영스타일 안맞아
시너지 효과 못내고
고전 동원증권에 팔린 한투만 공격적 경영으로 성공
한투, 대투, 국투. 1970~1980년대 설립돼 한국의 증권·투신 시대를 주도했던 이른바 '3 투신'이다. 이들이 업계 1~3위를 휩쓸며 20년간 증시를 쥐락펴락했다.
투신 3사는 경쟁적으로 펀드 신상품을 앞다퉈 출시하며 최고 전성기였던 99년 말 펀드시장(157조원)에서 40% 자금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99년 대우그룹의 몰락과 함께 대우채 투자 손실이 급증하며 하락의 길을 걷는다. 2004년 2월 국투(당시 현투)가 미국계 보험그룹인 푸르덴셜금융에 팔렸고, 2005년 한투는 동원금융지주(현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투는 하나금융지주에 매각됐다. 당시 3투신 인수자들은 하나같이 '한국 최대의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키우겠다고 의욕을 밝혔다. 그로부터 5년 후, 운명은 엇갈렸다.
보험이 주축인 된 푸르덴셜금융에 인수된 푸르덴셜투자증권(옛 국투)은 5년9개월 만에 다시 매물시장에 나오는 신세가 됐다. 은행이 장악한 하나대투증권(옛 대투)은 은행과 증권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노렸으나 오히려 '은행의 보수성'이 장애물로 작용하면서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이 주력인 금융그룹에 인수된 한국투자증권(옛 한투)은 옛 명성을 유지하며 착실히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무엇이 3투신의 운명을 갈라놓은 것일까.
투신 3사는 경쟁적으로 펀드 신상품을 앞다퉈 출시하며 최고 전성기였던 99년 말 펀드시장(157조원)에서 40% 자금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99년 대우그룹의 몰락과 함께 대우채 투자 손실이 급증하며 하락의 길을 걷는다. 2004년 2월 국투(당시 현투)가 미국계 보험그룹인 푸르덴셜금융에 팔렸고, 2005년 한투는 동원금융지주(현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투는 하나금융지주에 매각됐다. 당시 3투신 인수자들은 하나같이 '한국 최대의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키우겠다고 의욕을 밝혔다. 그로부터 5년 후, 운명은 엇갈렸다.
보험이 주축인 된 푸르덴셜금융에 인수된 푸르덴셜투자증권(옛 국투)은 5년9개월 만에 다시 매물시장에 나오는 신세가 됐다. 은행이 장악한 하나대투증권(옛 대투)은 은행과 증권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노렸으나 오히려 '은행의 보수성'이 장애물로 작용하면서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이 주력인 금융그룹에 인수된 한국투자증권(옛 한투)은 옛 명성을 유지하며 착실히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무엇이 3투신의 운명을 갈라놓은 것일까.
◆'투신+ 보험·은행'과의 잘못된 만남
3투신은 모두 대우채 투자 손실 등의 여파로 공적자금 투입과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우수 인력들이 대거 빠져 나갔다. 99년 말 대비 펀드시장은 두 배 가량 커졌지만, 3투신으로부터 분리된 운용사(한국투신운용·한국밸류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푸르덴셜자산운용)들의 펀드 수탁고는 전체 펀드시장의 12.8%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1~3위 자리도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투신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 빼앗겼다.
특히 3투신 중 가장 크게 위상이 추락한 곳은 국투(현투의 전신, 현 푸르덴셜투자증권)다. 99년대 말까지만 해도 '바이코리아펀드' 열풍을 일으키며 펀드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2000년 3월 1357명에 달했던 인력은 2004년 푸르덴셜금융에 인수될 당시 980명에서 9월 말 현재 870명으로 감소했고, 지점 수도 2000년 105개에서 2004년 88개, 현재 75개로 계속 줄었다. 푸르덴셜금융은 인수 당시 "공격적인 경영으로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9월 말 현재 수익증권 판매 잔고는 인수 당시(약 13조원)보다 34% 감소한 8조5800억원으로 한투증권(14조6000억원)이나 하나대투증권(17조2199억원)보다 크게 적다.
올 상반기(4~9월) 기업공개(IPO)·M&A자문 등 투자은행(IB)업무 관련 수익은 한푼도 내지 못한 채 순이익 규모도 업계 28위로 떨어졌다. 자회사인 푸르덴셜자산운용 역시 우수한 운용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며 푸르덴셜에 인수 당시 14조원대였던 펀드 판매고가 최근 7조원대까지 감소했다. 결국 푸르덴셜금융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명보험사에 집중하기로 그룹 전략을 바꾸고 푸르덴셜투자증권과 푸르덴셜자산운용을 매물로 내놓았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선 보험계열 금융그룹의 대표적인 증권사 경영 실패 사례라고 평가한다. 푸르덴셜 관계자는 "신상품이나 새로운 마케팅을 하려고 해도 본사의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수 개월씩 걸렸다"고 전했다.
3투신은 모두 대우채 투자 손실 등의 여파로 공적자금 투입과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우수 인력들이 대거 빠져 나갔다. 99년 말 대비 펀드시장은 두 배 가량 커졌지만, 3투신으로부터 분리된 운용사(한국투신운용·한국밸류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푸르덴셜자산운용)들의 펀드 수탁고는 전체 펀드시장의 12.8%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1~3위 자리도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투신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 빼앗겼다.
특히 3투신 중 가장 크게 위상이 추락한 곳은 국투(현투의 전신, 현 푸르덴셜투자증권)다. 99년대 말까지만 해도 '바이코리아펀드' 열풍을 일으키며 펀드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2000년 3월 1357명에 달했던 인력은 2004년 푸르덴셜금융에 인수될 당시 980명에서 9월 말 현재 870명으로 감소했고, 지점 수도 2000년 105개에서 2004년 88개, 현재 75개로 계속 줄었다. 푸르덴셜금융은 인수 당시 "공격적인 경영으로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9월 말 현재 수익증권 판매 잔고는 인수 당시(약 13조원)보다 34% 감소한 8조5800억원으로 한투증권(14조6000억원)이나 하나대투증권(17조2199억원)보다 크게 적다.
올 상반기(4~9월) 기업공개(IPO)·M&A자문 등 투자은행(IB)업무 관련 수익은 한푼도 내지 못한 채 순이익 규모도 업계 28위로 떨어졌다. 자회사인 푸르덴셜자산운용 역시 우수한 운용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며 푸르덴셜에 인수 당시 14조원대였던 펀드 판매고가 최근 7조원대까지 감소했다. 결국 푸르덴셜금융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명보험사에 집중하기로 그룹 전략을 바꾸고 푸르덴셜투자증권과 푸르덴셜자산운용을 매물로 내놓았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선 보험계열 금융그룹의 대표적인 증권사 경영 실패 사례라고 평가한다. 푸르덴셜 관계자는 "신상품이나 새로운 마케팅을 하려고 해도 본사의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수 개월씩 걸렸다"고 전했다.
대투 역시 은행이 주축인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5년 하나금융지주가 대투를 인수할 당시 금융업계에서는 대투 업계 1위 펀드 수탁고와 하나은행의 800만명 은행 고객들을 합하면 명실상부한 업계 1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2005년 인수될 당시 한국투자증권과 엇비슷햇던 자산 규모는 9월말 현재 한투의 68% 수준에 그치고, 영업수익이 증권업계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도 8.7%(4~9월 기준)로 한투(4~6월 9.1%)나 대우증권(10.5%), 우리투자증권(11%) 등 다른 경쟁사들보다 낮다.
하나대투의 관계사인 하나UBS자산운용의 펀드 판매액 역시 2004년 말 20조원대에서 최근 16조원대까지 줄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은행 출신 경영진을 내려보내면서 증권사 특유의 공격적인 경영 문화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가만히 앉아서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에 의존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둬온 은행권과 발로 뛰어다니는 증권사는 비즈니스 스타일이 크게 다르다"며 "든든한 지원군(하나은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의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 부족으로 과거 자산 관리 1위라는 명성을 잃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증권과 결합해 승자가 된 한투증권
3투신 중 옛 명성을 많이 회복한 곳은 한투증권이 유일하다. 미래에셋 등 신흥 증권·자산운용사 약진 속에서도 동종회사인 동원금융지주에 인수된 한투는 증권사 특유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업계 상위권에 유지하고 있다. 한투의 펀드 판매와 동원증권의 브로커리지(주식중개매매) 영업이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우선, 자산이나 자기자본 규모, 인력 수, 지점 수 등 외형적인 면에서 나머지 두 투신을 앞서고 있다. 한투증권의 자산규모는 올 9월 말 현재 12조8000억원까지 늘어 업계 5위로 올라섰고, 올 상반기(4~9월) 당기순이익 역시 1394억원으로 업계 2위를 기록했다. 특히 베트남·싱가포르 해외 법인·사무소 개설 등 활발한 해외진출을 하고 있고, 기업공개(IPO) 등 IB업무에서도 업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계열사인 한국투신운용·한국밸류자산운용 수탁고도 3 투신사 중 가장 많은 19조원 안팎(업계 5위)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2005년 인수될 당시 한국투자증권과 엇비슷햇던 자산 규모는 9월말 현재 한투의 68% 수준에 그치고, 영업수익이 증권업계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도 8.7%(4~9월 기준)로 한투(4~6월 9.1%)나 대우증권(10.5%), 우리투자증권(11%) 등 다른 경쟁사들보다 낮다.
하나대투의 관계사인 하나UBS자산운용의 펀드 판매액 역시 2004년 말 20조원대에서 최근 16조원대까지 줄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은행 출신 경영진을 내려보내면서 증권사 특유의 공격적인 경영 문화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가만히 앉아서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에 의존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둬온 은행권과 발로 뛰어다니는 증권사는 비즈니스 스타일이 크게 다르다"며 "든든한 지원군(하나은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의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 부족으로 과거 자산 관리 1위라는 명성을 잃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증권과 결합해 승자가 된 한투증권
3투신 중 옛 명성을 많이 회복한 곳은 한투증권이 유일하다. 미래에셋 등 신흥 증권·자산운용사 약진 속에서도 동종회사인 동원금융지주에 인수된 한투는 증권사 특유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업계 상위권에 유지하고 있다. 한투의 펀드 판매와 동원증권의 브로커리지(주식중개매매) 영업이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우선, 자산이나 자기자본 규모, 인력 수, 지점 수 등 외형적인 면에서 나머지 두 투신을 앞서고 있다. 한투증권의 자산규모는 올 9월 말 현재 12조8000억원까지 늘어 업계 5위로 올라섰고, 올 상반기(4~9월) 당기순이익 역시 1394억원으로 업계 2위를 기록했다. 특히 베트남·싱가포르 해외 법인·사무소 개설 등 활발한 해외진출을 하고 있고, 기업공개(IPO) 등 IB업무에서도 업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계열사인 한국투신운용·한국밸류자산운용 수탁고도 3 투신사 중 가장 많은 19조원 안팎(업계 5위)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