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감동 속 막내린 제30회 청룡영화상
입력 : 2009.12.14 09:59
| '진정한 영화인들의 잔치.' 지난 2일 열린 제30회 청룡영화상은 '마더'(봉준호 감독)에 최우수작품상을, 김명민-하지원에 남녀주연상을 안기며 화려한 축제를 마무리했다. 2시간에 걸쳐 흥겨운 분위기 속에 눈물과 감동의 드라마를 보여줬다. 이번 청룡영화상이 남긴 의미는 무엇일까. |
| 데뷔 첫 후보→수상…서프라이즈 하지원! |
| '내사랑 내곁에' 김명민과 함께 남녀주연상 '마더' 최우수작품상…김용화 감독상 |
▶함께 하는 축제
올해 시상식은 오프닝부터 눈길을 끌었다. '국가대표' '굿모닝 프레지던트' '마더' '박쥐' '해운대' 등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오른 다섯작품의 제작자와 출연진이 무대에 등장해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김용화 윤제균 장 진 감독과 하정우 하지원 김옥빈 김인권 장영남 임하룡 진구 등 출연배우들이 차례로 나서 영화팬들에게 인사했다. 30회의 의미를 살려 모두가 즐기고, 모두가 참여하는 잔치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시도였다. 한 영화인은 "배우와 감독, 제작자들이 저렇게 나서는 것은 처음 봤다"며 "영화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더 좋은 영화를 만들자는 의지를 보여준 것 같아 흐뭇하다"고 평했다.
모두가 함께 하는 축제의 정신은 행사 끝까지 계속됐다. 노미네이션된 배우들이 거의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수상자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아쉽게 상을 놓친 후보들은 아낌없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일부 행사에서 단골로 등장했던, 상을 받지 못하면 곧 자리를 뜨는 볼성 사나운 장면은 눈에 띄지 않았다. 모두가 잔치를 즐겼다.
▶공정한 축제
"청룡이니까 당연히 참석해야죠."
영화인들을 하나로 모으는 '청룡의 힘'은 무얼까? 다름아닌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다. 예심과정부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다섯명의 후보를 추려낸다. 아울러 본심 결과를 시상식 다음날 지면에 공개하는 전통을 이어왔다. 모든 것을 밝히며, 팬들에게 심사결과를 심사받는 것이다. 이런 점이 영화인들에게 '청룡=필참'의 공식을 제공해왔다. 올해 역시 노미네이션 발표 직후 누가 받아도 될 만큼 잘 추려졌다는 평이 대세를 이뤘다. 한 후보는 "솔직히 내가 못 받아도 창피하지 않을 만큼 훌륭한 후보들이 많다"고 평했다.
▶미래지향적 축제
30회 청룡상은 '예술성과 대중성의 조화'라는 평이하면서도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마더' '박쥐' '똥파리' 등 평단의 호응을 받았던 작품들과 '국가대표' '해운대' '과속스캔들' 등 일반 팬들의 지지를 받았던 작품들이 고르게 주목받았다.
'영혼을 일깨우는 예술'이자 대중들이 즐기는 '문화상품'이라는 양면성이 영화를 지탱하는 양 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장의 반응을 수용하고 대중과 소통하면서, 영혼의 양식이 되어야한다는 21세기 영화예술의 정체성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창의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시도와 장르와 관계없이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한국영화를 살찌우는 에너지라는 점에 경의를 표했다. 올해 청룡상 수상 결과는 팬들과 스타가, 그리고 '깊이'와 소통이 함께 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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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점 만점에 10점~' 깔끔한 진행 |
| 스타 MC 김혜수-이범수 완벽 '첫 호흡' |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제30회 청룡영화상이 '청룡의 여인' 김혜수와 '리틀 타이거' 이범수의 환상적인 진행으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올해 30돌을 맞이한 청룡영화상의 오랜 전통과 권위에 어울리게 김혜수 이범수의 진중하면서도 차분한 진행은 100점 만점에 100점이었다. 특히 올해 정준호로부터 마이크를 건네받은 청룡의 신입 MC 이범수는 작은 호랑이답게 대범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진행으로 초보답지 않은 입담과 MC역량을 보여주며 동료배우와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또 이범수 특유의 굵고 진중한 목소리가 김혜수와 조화를 이뤄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했다.
11년 연속 청룡 MC를 본 김혜수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최고의 안방마님이었다. MC 선배답게 이범수를 잘 리드하면서도 탄탄하게 뒷받침해주는 센스가 돋보였다. 또 축하공연에 나선 가수 박진영의 돌발 댄스에도 당황하지 않고 호흡을 척척 맞추며 춤 실력까지 뽐내 "역시 김혜수"란 찬사를 받았다.
김혜수-이범수 커플의 입담은 오프닝부터 시작됐다. 이범수의 '청룡 MC 롱런 비결?'이란 질문에 대해 김혜수가 "청룡영화상을 제가 주최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며 "주변 분들이 지속적으로 양보해주면 된다"고 대답해 이날 최고의 '말말말'로 꼽히기도 했다. 이범수 역시 인기스타상 수상자로 나선 이병헌과 장난을 주고받으며 장안의 화제인 '사탕 키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는 기자정신을 발휘해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두 사람의 환상 궁합은 실제로 철저한 준비 속에서 만들어졌다. 올해 청룡영화상은 여느 해보다 일찍 리허설을 시작했다. 첫 입맞춤인 만큼 오후 2시에 행사장에 도착해 기존 약식 리허설 대신 김혜수와 이범수가 전체 리허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맞췄다. 두 사람이 리허설 중 하나씩 따지고 맞추며 고쳐나가 완벽한 진행을 만들어낸 것이다.
또 평소 김혜수와 이범수가 절친한 사이인 것도 큰 작용을 했다. 남자 MC로 이범수가 결정된 후 직접 김혜수와 통화하며 청룡 진행에 대한 사전 논의를 여러 차례 했다.
현장에서 시상식을 지켜본 영화 관계자들은 이범수의 차분한 진행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처음임에도 실수 하나 없이 생방송을 완벽하게 끝낸 이범수의 배짱과 여유에 큰 점수를 줬다. 한 관계자는 "앞으로 이범수가 '청룡의 남자'로 자리 잡을 것 같다"며 "이범수의 새로운 모습에 새삼 감탄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시청자들 역시 "이범수의 편안하고 안정적인 진행이 좋았다" "김혜수-이범수가 기대 이상의 좋은 조합을 보여줬다" "앞으로 두 사람이 계속 청룡영화상 MC를 맡았으면 좋겠다" 등의 칭찬과 응원의 반응을 보였다.
제30회 청룡영화상은 김혜수-이범수의 새로운 청룡 스타 커플 탄생의 장이었다.
<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