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의 시네마 업데이트] '여배우들'

일상 속 솔직함 보여주는 개성만점 6인의 '여배우들'

'여배우들'. 단순명료하면서도 강렬한 제목이다.

전작 '정사'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처럼 또다시 센세이셔널한 제목을 앞세운 이재용 감독의 신작 '여배우들'은 크리스마스 이브, 패션지 화보 촬영을 하러 모인 여배우들 이야기라는 게 벌써 화제가 됐다. 캐스팅만으로도 확실히 보고 싶어졌으니,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까지 60대부터 20대를 아우르는 6명의 여배우들은 각자 개성이 뚜렷해 기대할 게 더 많았다. 촬영 스튜디오로 속속 모여드는 주인공들의 각양각색 행태가 웃음을 주는 오프닝부터 '여배우들'은 이전엔 보지 못했던 솔직한 모습(이라고 여겨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첫 만남부터 의상 고르기, 메이크업, 그리고 촬영 내내 신경전의 불꽃은 피어오른다. 그 모양새가 꽤 속 시원하다.

가장 먼저 도착한 왕고참 윤여정의 민망함, 후배들 보란 듯이 윤여정에게 넙죽 절을 하는 이미숙의 꼬장, 집이 코앞이면서 소파에 늘어져 나오지 않는 고현정의 게으름, 한류 공주 최지우의 얄미운 지각과 "약 먹었냐"는 소릴 들을 만큼 마냥 즐거워 보이는 김민희 그리고 윤여정을 여운계로 아는, 뭘 모르는 막내 김옥빈의 부담감. 여섯 명의 역할 분담은 확실하다.

"사실은 당신이 최고"라며 은근히 경쟁을 부추기는 패션지 담당기자와 스태프의 추임새도 얄밉게 끼어든다. 배우들의 분량을 성실하게 분배하며 각자의 성격을 제대로 보여주는 이재용 감독의 연출은 현장에서 즉흥적인 상황과 수위 강한 대사를 소화한 여배우들의 상당한 용기와 맞물려 효과를 발휘한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연출인지 완벽히 구분되지 않는 이 영화의 스타일 자체가 소위 '일상이 연기다'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 여배우들의 속성과 딱 맞아떨어진다. 상당 부분 칭찬받을 이 영화는 그러나 너무도 아쉬운 결정타를 남긴다.

가장 중요한 소품인 보석의 도착이 늦어져 화보 촬영이 지연되고 급기야 서로 못마땅해 하던 고현정과 최지우가 싸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눈물 어린 고백들. 그 눈물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톡톡 튀는 말말말과 상황은 넘쳐나는데 뭔가 핵심은 빠져있다. 느슨하게 열린 연출로 여배우를 향한 대중의 틀에 박힌 시선 비틀기나 눈물의 심경 고백을 얻어낸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여배우로서 살아가고 싶어 하는 그들 삶의 투지를 더 예리하게 짚어냈어야 했다. 엔딩의 짤막한 인터뷰만으로는 해프닝과 말말말 안에서 공회전하는 '여배우들'의 허전함을 채울 수 없다. 조금만 더 영악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까워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