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는 지난가을 인터넷뱅킹으로 월급통장을 정리하다가 높은 금리를 준다는 '온라인 공동구매 예금' 팝업 광고를 보고 800만원을 넣었다. 그러나 김씨는 나중에 적용 금리가 연 3.9%대에 그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공동구매라고 하면 당연히 소비자에게 이로울 것이란 생각에 가입했는데 은행 창구 금리보다 공동구매상품 금리가 더 낮으니 황당하다"고 했다.
올 들어 은행들이 '추가 혜택을 얻을 수 있다'며 대대적인 판촉에 나섰던 온라인 공동구매 상품 중 일부가 오프라인 창구를 이용할 때의 혜택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공동구매 상품은 인터넷뱅킹으로만 이용할 수 있는데, 고객들이 많이 참여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예금 금리 우대나 환전 수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주는 구조로 돼 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 들어 5개 은행에서 판매된 26개 온라인 공동구매 예금 중 4개 상품은 모집액이 미미해 은행 오프라인 창구 금리보다 최대 0.3%포인트 낮은 최저금리가 적용됐다. 특히 연말이 다가올수록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공동구매 예금을 판매하면서 모집금액을 채우지 못해 금리가 낮게 지급된 경우가 많았다.
하나은행은 올해 판매한 9개 공동구매 예금 중 단 두 차례만 모집금액 요건을 충족해 최고 금리가 적용됐다. 나머지 7차례는 모두 가입자들이 많지 않아 최고 금리보다 0.05~0.3%포인트 낮은 금리가 제공됐다. 기업은행도 공동구매 예금을 두 번 출시했는데 모집액이 100억원에 못 미쳐 전부 최저 금리만 지급됐다. 온라인 공동구매 환전도 고객 기대보다 혜택이 크지 않다. 지난 13일 종료된 신한은행 온라인 공동구매 환전의 경우, 참여금액이 4만달러 정도여서 수수료 할인폭은 기본우대율인 50% (1000달러 미만 기준)에 그쳤다. 공동구매 총액이 5만달러를 넘어서야만 최대 80%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용금액이 적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부장은 "공동구매 예금이나 환전은 모집 금액이 부족하면 최고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공동구매 예금의 경우엔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을 만큼 금액이 모여졌을 때 가입을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