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전우치' 강동원 주먹 아닌 미소..여성관객 무장해제

임수정-주진모-김효진 등 조연들 볼거리…느슨한 전개 거슬려

　"너는 하루에 똥을 몇 번 싸느냐."

도포 자락 휘날리며 구름 타고 나타나신 옥황상제. 조선의 왕은 하늘의 왕을 맞아 신하들과 함께 큰 절을 올린다.

조선의 업무보고를 듣는둥 마는둥 하는 옥황상제. 그의 관심은 온통 술과 풍악, 그리고 궁녀들에게 쏠린다. 술 따르게 할 궁녀를 고르던 옥황상제는 '똥을 더 자주 쌀 수록 건강에 좋다'는 의학적 신념으로 궁녀들의 배변 주기를 체크하며 젊은 여인들을 희롱한다.

대체 이 놈의 정체가 뭔가. 알고보니 조선 최고의 도사(가 되고싶은) 악동 전우치였다. 신선들은 사고뭉치 전우치를 붙잡아 족자 속에 가둔다.

500년의 세월이 흐르고 요괴들이 나타나 서울을 어지럽히니, 제앞가림 못하는 신선들은 요괴 사냥을 조건으로 전우치를 풀어준다.

'전우치'는 동명의 조선시대 원작 고전소설을 영화화했다. 12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

캐스팅은 성공적이었다.

전우치 역의 강동원은 수많은 액션신(scene)에서 '전 아무리 맞고 쓰러져도 안 아파요'라는 식의 미소를 흘리며 여성 관객들을 무장해제시킨다. 영화 '늑대의 유혹(2004)' 등에서 보여줬듯 강동원의 액션 포인트는 주먹이 아닌 미소에서 발산된다.

전우치의 대척점에 선 도사 화담을 연기한 김윤석은 차가운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휘어잡는다. 전우치의 시종 역할을 하는 천하장사 '똥개' 초랭이 역의 유해진을 비롯해 임수정 백윤식 염정아 송영창 주진모 김상호 김효진 등 화려한 조연들의 연기도 볼거리다.

다만, 조선시대에서 탄력 받은 이야기의 힘을 현대 도심까지 이어가지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몇몇 불필요한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면서 이야기 전개가 느슨해진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전우치가 "이건 무엇이냐"를 반복하며 두리번거릴 때 관객들은 얕은 웃음으로 그의 어리둥절함에 동조 하지만, 최동훈 감독 특유의 밀도있는 연출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이 떠오르는 것도 이 지점이다. 봉인된 과거의 영웅(혹은 악당)이 되살아나 현대 서울 한복판에서 도술과 무예를 겨룬다는 설정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새롭진 않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주먹과 주먹, 몸과 몸의 충돌을 통해 액션의 쾌감을 느끼게 했다. 반면 '전우치'는 완성도 높은 CG와 세련된 와이어 액션으로 전우치와 화담의 싸움에 힘을 불어넣었고, 기존의 한국형 히어로 영화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충분히 평가 받아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전투가 아닌 부채와 부적, 불과 물을 이용한 도사들의 '우아한' 싸움이라는 점에서 액션의 긴장감은 조금 희생할 수 밖에 없었던 걸로 보인다. 물론 그 희생의 수준이라는 게 상업영화로서 '전우치'의 오락성과 완성도를 갉아먹을 수준은 아니다. 개봉은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