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푸른 리본의 소녀, 그림속에서 걸어나올 듯"

"어머 저 초롱초롱한 눈 좀 봐. 정말 살아있는 것 같아."

16일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특별전 일반 공개 첫날,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르누아르의 '르그랑 양의 초상'이었다. 관람객들은 당장 화면에서 튀어나올 듯 생생하게 미소 짓고 있는 소녀의 초상 앞에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천준영(20·서울 도봉구 도봉동)씨는 "이 그림을 보기 위해 2시간 걸려 왔다"고 감격했고, 이영숙(68·경기도 평촌)씨는 "눈빛과 머릿결, 파란 리본의 묘사가 신기(神技)에 가까울 정도로 아름답다"며 "이 작품 하나만 감상해도 전시회에 온 가치를 느낀다"고 말했다.

미술 애호가들은 '르그랑 양의 초상' 외에도 마티스와 드가·세잔의 작품 앞에서 거장들이 펼쳐보이는 예술세계에 빨려들었다. 드가의 '발레 수업' 앞에서 한참 서 있던 이영훈(64·서울 강남구 역삼동)씨는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대가(大家)들의 터치가 아마추어와 어떻게 다른지 유심히 보았다"면서 "세계적인 작가들의 절정기 작품을 바로 눈앞에서 보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특히 마티스의 작품이 회화와 조각을 포함해 모두 6점이 나와 '마티스 코너'를 이루었다. 자신을 마티스 애호가라고 소개한 김희숙(47·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씨는 "'무어병풍'이나 '노란 옷의 오달리스크' 같은 작품은 마티스의 화풍을 제대로 보여줘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큐비즘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잔에게도 강하게 끌렸다. 초등학생인 딸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윤채영(38·서울 은평구 불광동)씨는 "세잔의 '오베르 풍경'을 보면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마다 다른 위치에서 그린 것 같다"면서 "작가의 위치를 생각하며 작품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원인(55)씨는 이날 새벽 대전에서 찾아와 첫 관람객이 됐고, 이혜리(40)씨는 초등학생인 딸과 아들이 아직 방학을 하지 않았지만 체험학습을 위해 전시장을 찾았다. 서울 도림교회 성경반 회원 28명도 단체관람의 테이프를 끊었다. 도림교회 우성민 부목사는 "한 달 전부터 이번 전시에 대한 기사를 보고 성경반 회원들과 함께 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특별전은 인상주의를 중심으로 서양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 96점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로, 내년 3월 28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 일반·대학생 1만3000원, 중고생 9000원, 초등학생·유치원생 7000원. (02)521-73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