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선택] 오락영화의 모든 것 담은 스펙터클 대작

제임스 캐머런(55) 감독은 이 영화로 한국의 초등학교 5학년생들에게까지 그 이름을 널리 알릴 것이다. 12세 이상 관람가인 새 영화 '아바타'(17일 개봉)는 그가 '타이타닉(1997)' 이후 12년 만에 내놓는 작품이며, 오락영화가 갖춰야 할 거의 모든 요소가 담긴 대작이다. 같은 곳(block)에서 상영하는 다른 영화들을 망하게 할(busted) 만한 블록버스터란 이런 것이다. 1인당 경비 1만원 안팎으로 이런 특급 엔터테인먼트를 구매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관객이 극장 문을 나서며 만족감을 얻을 것이다.

미래 인류는 지구와 흡사한 행성 판도라에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물질 '언옵테이니엄(unobtainium)'을 발견한다. 과학자와 무장군인을 대동한 민간기업이 이 광물을 채굴하려 하나, 행성 원주민인 '나비(Na'vi)족'이 걸림돌이다. 인류는 나비족과 똑같은 모습의 생명체이면서 인간의 의식으로 조종할 수 있는 '아바타'를 만들어 원주민에 침투시킨다. 이 임무를 맡아 나비족 형상으로 행성에 침투한 제이크(샘 워딩튼)는 나비족 네이티리(조 샐다나)를 만나 사랑을 느끼는 한편, 무력을 쓰지 않고는 인류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에 갈등한다.

'내 이름은 시리어스(serious)'류의 관객들은 단순한 줄거리에 실망할 수도 있다. 전형적인 악당과 전형적인 의인이 맞붙고, 전형적인 갈등이 매우 전형적으로 해소된다. 이 영화는 전형성에 기댄 작품이기 때문이다. 얼개도 '늑대와 춤을', '라스트 사무라이'와 별다를 바 없다. 그러나 캐머런 감독은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 같다. "'타이타닉'도 줄거리는 뻔한 것 아닌가요? 그런데 왜 오스카를 11개나 줬을꼬?"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뻔한 (그래서 쉬운) 스토리는 애초 문제가 되지 않는다. 관객들은 그런 스토리와 주제를 암기과목 학원강사처럼 주입시키는 연출을 싫어할 뿐이다.

남녀의 사랑과 선악의 대결은 영원히 흥미로운 주제이기에, 이 영화는 그 전형성을 비전형적 소재와 형식으로 풀어내는 데 주력했다. 게다가 '이모션 캡처'라는 첨단 방식을 동원한 3D 영화다. '이모션 캡처'란 배우가 카메라 달린 장치를 머리에 쓰고 연기를 하면 그 표정과 액션에 컴퓨터그래픽(CG)을 입혀 영상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뿔 세 개 달린 괴물을 연기하려고 배우가 머리에 뿔을 이고 있을 필요가 없고, 배우의 연기력을 고스란히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을 거저먹을 때 인디언들에게 저지른 온갖 잘못들을 반성하는 제스처로 읽힐 수밖에 없다. 그러나 딱 흥행할 만큼의 진지함을 갖췄으니, 석고대죄를 기대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영화에서 인류는 대부분 탐욕스럽고 저돌적인 반면, 원주민은 사냥감을 죽일 때도 감사 기도를 올릴 만큼 어질고 겸손하다. 원주민의 헤어스타일과 전투할 때 내는 괴성, 부족 이름(오마타카야)조차 북미 인디언의 그것과 비슷하다. 다만 키가 3m를 넘고 피부가 푸르스름한 데다, 귀가 뾰족하고 꼬리가 달렸다. 길게 땋은 머리채 끝엔 촉수가 달려, 육족마(六足馬)를 타고 달릴 때 말 귀의 촉수와 엮어 동물과 교감한다(그러나 사랑에 빠진 주인공 남녀는 머리채로 교감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3D 상영관에서 볼 것을 강력히 권한다. 곡괭이를 객석 쪽으로 집어던지는 식의 연출은 없다. 대신 이 영화는 3D가 미래 영화산업의 강력한 패자(覇者)임을, 스토리에 자연스레 녹아든 3D 화면으로 웅변한다. 특히 극장에 월 2회 이상 가는 영화팬이라면, 감독이 자랑하고 싶어 안달 난 '3D 이모션 캡처'의 기술적 성과와 대단히 정교해진 할리우드 CG의 진보를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사실, 그 재미가 매우 크다.

▶전문가 별점

―새로운 영상미를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볼 내용 자체가 새롭지는 않은, 제임스 캐머런의 보기 드문 범작.
★★★ 이상용·영화평론가

―영화기술의 선구자, 또 한 번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 황희연·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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