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클래스] 씨름 선수 출신 이만기 교수 "이제 사업 할까 합니다"

  “이만기 씨는 출발선에 서 있는 단거리 선수 같습니다. 유동성을 좋게 하기 위해 당장 출금이 가능한 일반 예금통장에 넣어 두고 계신데, 기회비용이 너무 큽니다. 1억 원을 은행 예금통장에 넣어 두는 것과 CMA, MMF 통장에 넣어 두는 경우, 1년 간 이자가 300만 원 정도 차이납니다. CMA와 MMF 모두 입출금이 자유롭기 때문에 예금통장의 장점을 가지고 있고요.”

자산 컨설팅 : 정복기 삼성증권 PB연구소 상무

  이만기 교수가 모래판이 아닌 브라운관을 제압하고 있다. 지난해 천하장사 후배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릎팍 도사>에 출연, 강호동 못지않은 입담을 과시한 후 예능 프로그램 섭외 1순위로 부상했다. KBS 2TV <스폰지 2.0>에 고정출연 중이고, <비타민> <세 바퀴>에 단골 게스트로 나온다.
 
  경남 김해에 있는 인제대학교 사회체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요즘 금요일마다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와서 스케줄을 소화하고 토요일에 내려간다. 방송 녹화, 인터뷰, 각종 체육관련 일을 이 날 몰아서 처리한다고 한다. 서울에 막 도착했다는 그를 삼성증권 여의도지점에서 만났다. 자산상담을 맡은 삼성증권 정복기 상무와 이만기 교수는 구면이다. 정 상무가 고정출연했던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제야 놀자’에서 이만기 교수의 부산 집을 찾은 것.
 
  이만기 교수의 재테크는 간단하다. 오로지 저축. 부동산은 물론, 주식도 안 하고, 가입한 펀드 상품 하나 없다. 방송생활과 대학에서 받는 월급은 무조건 은행의 일반 예금통장에 차곡차곡 쌓아 둔다. 정기적금에도 가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지금 인생의 큰 갈림길에 있다”며 운명론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여기까지 온 것은 다 운명 같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공부 때문에 시골에서 마산으로 왔습니다. 우연히 씨름반 서클에 가입했는데 그 해 전국 소년체전에 씨름 종목이 부활했어요. 공교롭게도 마산?창원을 통틀어 우리 학교(마산 무학초등학교)가 씨름 시범학교로 지정됐어요. 또 천하장사 대회가 제 대학교 2학년 때 생겼죠. 또 있어요. 저희 때만 해도 대학원에 입학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대학 처장님이 ‘만기야, 대학 졸업하면 무조건 대학원 들어온나. 훗날 좋은 일이 있을 기다’ 하셔서 대학원에 들어갔어요. 운 좋게도 덕분에 교수가 됐어요.”
 
  그는 29세에 교수가 됐다. 16, 17대 국회의원에 두 번 도전했다가 낙방하기도 했다. 씨름 선수에서 정치인으로, 방송인으로 전혀 다른 분야를 오가는 그의 행로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많다.
 
  “하늘은 권력과 명예, 돈 세 가지를 모두 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20대에는 명예가, 30대에는 권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40대 중반이 되고 보니 경제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제 나이 47세니까 이제까지 모든 경험을 통틀어서 사업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습니다(웃음).”
 
  경제력의 중요성을 인식한 그는 작년부터 경제공부를 시작했다 한다. 경제신문을 구독하고, 종합일간지는 경제면부터 챙겨 읽는다고. 창업관련 서적을 읽는가 하면, 사업에 성공한 지인의 성공담을 분석한다고 한다. 꽤 진행된 사업 아이템도 있다.
 
  “이만기 브랜드를 내세운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구상 중입니다. ‘등딱지’라는 상호로 상표등록까지 해 뒀어요. 제품개발, 시설개발, 물류센터 등을 몇 달간 공부했는데, 10억~20억 원은 있어야겠더군요. 어떤 방식으로 언제 시작할지 좀 더 알아봐야겠어요. 또 하나, 부도 위기에 몰린 기업을 인수해 운영해 볼까도 생각 중입니다.”
 
  정복기 상무의 조언.
 
  “저보다 나이가 하나 위이시잖아요. 저희들 나이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는 건 큰 용기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30대에는 실패하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40대 가장은 자녀교육에 돈이 가장 많이 드는 시기라 실패할 경우 타격이 큽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음식 프랜차이즈 사업은 운영 방식에 대한 철저한 계획이 필수입니다.”
 

 
  입출금 통장을 당장 CMA나 MMF로 바꿔야겠네요
 
  이만기는 5년차 소위 기러기 아빠다. 그와 붕어빵처럼 꼭 닮은 두 아들과 아내는 교육 때문에 필리핀에 가 있다. 첫째 민준 군은 필리핀에 있는 치과대학에 재학 중이고, 둘째 동훈 군은 대학입시를 준비 중이다. 얼마 전 <스타재테크> 코너에서 만난 김흥국 씨도 기러기 아빠인데, 두 사람은 기러기 아빠로서의 자세가 완전 딴판이다. 김흥국은 “더 이상 기러기 아빠 노릇 못 하겠다”며 힘들어했지만, 이만기는 아주 편안해 보였다.
 
  “아내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김흥국 씨 같은 현상이 나타나요(웃음).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 곁을 떠났고, 씨름 선수가 되면서 합숙을 해 왔기 때문에 혼자서 밥 해 먹는 게 아주 자연스러워요. 온갖 잡곡을 다 넣어서 밥을 해 먹고, 찌개는 웬만한 여자들보다 맛있게 끓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청소와 빨래를 해 주시는 도우미 아주머니가 오시는데, 거실, 안방, 욕실 딱 정해진 동선만 움직이니 청소할 일도 별로 없죠(웃음).”
 
  둘째가 대학에 들어가는 3년 후에는 기러기 아빠 생활이 끝난다고 한다. 가족들의 필리핀 생활에 드는 비용은 학비 포함 월 400만 원 정도. 가족들을 필리핀에 보내면서 그는 씀씀이가 확 줄었다고 한다.
 
  “30대에는 뭣 모르고 좋은 식당 골라 다니고, 룸살롱도 다니고 했는데, 이젠 그런 데 잘 안 갑니다. 술 마시고 싶으면 반주로 마시는 정도죠. 와~ 서울 물가 비싸요. 부산에서는 네 명이 회 한 접시에 소주를 곁들여도 10만 원이 안 들거든요. 서울서 그렇게 먹으면 30만~40만 원 들죠.”
 
  그의 자산관리 스타일은 매우 보수적이다. 이런저런 계획은 많지만 지나치게 신중해서 구체적인 액션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몇 년 전부터 사려던 골프 회원권도 못 샀다고 한다. ‘좀 더 떨어지면 사야지’ 하다가 시기를 놓쳤다고. 늘 어디엔가 당장 투자할 수 있도록 돈을 묶어 두지 않고 일반 예금통장에 넣어 두었다. 정복기 상무의 조언.
 
  “이만기 씨는 출발선에 서 있는 단거리 선수 같습니다. 언제든 ‘탕’ 소리 나면 출발할 준비가 돼 있으시네요. 유동성을 좋게 하기 위해 당장 출금이 가능한 일반 예금통장에 넣어 두고 계신데, 기회비용이 너무 큽니다. 1억 원을 은행 예금통장에 넣어 두는 것과 CMA, MMF 통장에 넣어 두는 경우, 1년 간 이자가 300만 원 정도 차이 납니다. CMA와 MMF 모두 입출금이 자유롭기 때문에 예금통장의 장점을 가지고 있고요.”
 
  웬만해서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만기는 CMA와 MMF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CMA는 증권사에서, MMF는 은행에서 취급하고, 최근 이율은 둘 다 2.5% 정도, CMA는 관리비나 통신비 등의 자동이체도 가능하다는 등의 정보를 들은 이만기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요? 큰 것만 보느라 그런 데는 신경 못썼네요. 그건 길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거네요. 당장 조치를 취해야겠어요.”
 
  사진 : 김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