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영화는 내가 책임진다." 충무로는 2009년 기사회생에 성공하며 희망의 신호탄을 쐈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56％에 달했으며, 3년 만에 1000만을 돌파하는 영화가 나왔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박쥐'가 트로피를 안는 등 국내외에서 낭보가 쏟아졌다. 그러나 투자 한파는 여전하고, 제작사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10여년 몸담던 충무로에서 자금난에 시달리다 짐가방을 싸는 영화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훈풍을 몰고 올 대박은 또 어디에서 터져나올까. 2010년 상반기 개봉작을 중심으로, 충무로의 희망을 일굴 구원투수들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장벽을 뛰어넘는다
한국영화계는 요즘 최동훈 감독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일명 '포스트 트로이카' 세대 중 앞서 윤제균 김용화 감독이 2009년 잇달아 흥행 신화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면, 그 바통을 최동훈 감독이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23일 개봉하는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는 무엇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한국영화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 "조카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최 감독은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어 상상력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내는 파워를 과시했다.
▶'서포모어 징크스'는 없다.
데뷔작에서 대박을 터뜨린 감독들이 2010년 상반기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영화는 영화다'에서 새로운 화법을 제시하며 혜성과 같이 등장한 장훈 감독이 '의형제'로 내년 2월 관객들과 만난다. 기획단계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저예산 영화로 대박을 터뜨린 그의 저력이 이번엔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객들은 주목하고 있다.
'추격자'로 국내외 영화상을 휩쓴 나홍진 감독도 '황해'로 연타석 홈런을 노린다. '추격자'에 이어 다시 그와 손을 잡은 하정우가 삭발까지하며 나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 김대우 감독의 '방자전'도 기대작 중 하나다. '음란서생'으로 4년여 만에 돌아오는 그가 이번 영화에선 김주혁 류승범 등과 손을 잡았다. 시나리오 작가로 명성을 떨쳐온 그이기에 4년을 묶힌 이야기가 얼마나 맛깔스러울지 벌써부터 기대가 높다.
▶명불허전
이준익 감독과 이창동 감독은 각각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시'의 촬영을 최근 끝냈다. 충무로의 '자존심' 강우석 감독은 '이끼'로 돌아온다. 세 감독이 걸어온 행보는 아예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작품 세계는 180도 다르지만, 세 감독 모두 자신만의 색깔과 당당한 작품관으로 일정 팬층을 형성해왔다.
이중 박흥용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준익 감독의 새 영화엔 황정민 차승원 등이 포진해있다. 앞서 '님은 먼곳에' 등에서 흥행에 아쉬움을 남긴 이 감독의 절치부심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관객들은 기대하고 있다. 데뷔작인 '황산벌'부터 '왕의 남자' 등 유독 사극에 강한 그의 감각이 이번에도 '대어'를 낚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편 강우석 감독이 택한 야심에 가득찬 카드도 역시 만화다. 온라인에서 광풍을 불러일으킨 윤태호의 만화 '이끼'를 스크린에 옮긴다. 역시 관객들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타고난 승부사인 그가 택한 '이끼'에 충무로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89년 '달콤한 신부들'로 데뷔한 '미다스의 손' 강우석의 20년 흥행 노하우가 집약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