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한채영이 노래방 안 가는 진짜 이유...

설정부터 파격이다. 같은 남자를 사랑하는 세 명의 여자가 애증의 교차 속에 우정과 전우애를 쌓는다니. 영화 '걸프렌즈'는 불구대천, 결코 친구가 될 수 없을 것만 같은 세 여자의 기묘한 우정을 그린 영화다. 한채영 강혜정 허이재 등 세 명의 쟁쟁한 여배우가 배수빈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친다. 한채영은 배수빈의 첫사랑이자 도시적이면서 섹시한 파티 플래너 진 역을 맡았다. 한채영을 만나 자세히 들어봤다.

　-'걸프렌즈' 속 캐릭터와 한채영이라는 배우가 갖는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나한테 맞는 옷이 어떤 건지를 많이 생각하면서 배역을 고른다. 배우 자신과 너무 다른 캐릭터를 고르면 본인은 안 어색할지 몰라도 관객들이 생경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아름답고 섹시한 이미지 덕분에 여신이나 바비인형이라는 별칭을 얻었지만, 가끔 배역이 그 안에 구속되는 느낌은 들지 않나.

▶영화 속 진이라는 캐릭터는 예쁘고 섹시한 걸 떠나서 가장 여성스럽고, 여자로서 모든 걸 갖춘 듯한 느낌을 주는 캐릭터다. 내가 그렇다는 얘긴 아니고(웃음). 영화 속에서 여자로서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 선택했다. (극중 송이(강혜정)의 생일 축하 파티 중이었다. 샴페인 몇잔과 분위기에 취한 진은 재즈바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른다. 무던히 연습해서 찍은 장면이지만 사실 한채영은 노래와 거리가 멀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실제 노래방에서 한채영이 라이브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마 대한민국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주변 지인들의 설명.)

　-정말 그렇게 노래를 못하나.

▶마지막으로 노래방을 간 게 스무살 때였지 아마. 노래하는 거 진짜 싫어한다. 지난번 크리스마스 파티 때도 사람들이 감히 나한테 노래를 시키려고 하더라. 일단 노래도 못하고,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기분이 '업'되면 노래를 부르는데, 사실 난 술도 안 마신다. 술 취해서 '업'된 기분을 이론상으론 알지만 느껴본 적이 없다. 피아노도 10년 넘게 쳤지만 음악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다. 음악보다는 운동 쪽에 가까웠다.

　-피겨스케이팅을 했다고 들었다.

▶미국 살 때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3인가 고1까지 했다. 전국 대회도 몇 번 나가고.

　-김연아 경기를 보면 옛 꿈이 새록새록 떠오르겠다.

▶어릴 때 좋아한 분야니까 아무래도 남보다 유심히 보게 된다. 점프나 스핀을 조금 아니까. 트리플까진 아니었고 더블 악셀(두바퀴 반 회전)까진 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바비인형이라 불리는데, 미국에선 어땠나.

▶그런 말은 못 들었고. 학교 다닐 때 '넌 국적이 어디냐'고 묻는 애들이 많았다. '한국'이라고 하면 안 믿었다. '100％ 코리안 맞냐'고 되물었다. 인도나 필리핀이랑 섞인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할리우드 등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을텐데.

▶기회는 올 거라 믿는다. 아직 할리우드나 외국 영화에 동양인이 들어갈 수 있는 캐릭터가 쉽게 오진 않는다. 계속 가능성을 타진해 볼 거다. 주변 분들의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일단 내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고 싶다.

　-여자나이 서른, 배우로서나 개인적으로 조금 슬럼프가 있었겠다.

▶배우로서는 우울한 게 없었다. 많은 걸 배웠고 앞으로 기회가 왔을 때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여자로서는 조금 충격이었다. 20대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제 다시는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