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시네마 오디세이 - '시크릿'
입력 : 2009.12.21 13:19
| 촘촘한 스릴러…끝맛은 허전 |
스릴러 영화의 재미 중 하나는 긴장감이다. 그 긴장감은 선명한 대결 구도에서 비롯된다. 선한 자와 악한 자, 형사와 범죄자, 강자와 약자가 맞선다. 각 인물들은 몸으로 혹은 머리로 싸운다. 치열한 두뇌싸움이 핵심이다. 사건의 비밀이 하나씩 파헤쳐지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진다. 누가 승자인가 하는 최종 결과는 나중 문제다.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시크릿'은 전형적인 범죄/스릴러 장르의 구도를 갖고 있다. 화제작 '세븐데이즈'의 시나리오 작가였던 윤재구는 감독, 각본 1인2역을 맡아 솜씨를 발휘한다. 영화는 강력반 형사, 살인사건, 조직폭력배 두목, 어둠의 자식들, 마약, 형사들의 경쟁을 뼈대로 한다. 색다르게 변주한 점은, 살인 용의자가 형사의 아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형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시크릿'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강력반 형사 성열(차승원)은 살인 현장에서 아내 지연(송윤아)의 흔적을 발견한다. 흔히 사용하지 않는 핑크 바이올렛 립스틱이 묻은 술잔, 귀고리, 단추다. 성열은 동료들 몰래 그 증거들을 없앤다. 그런데 피해자는 악랄한 조폭 두목 재칼(류승용)의 동생이다. 재칼은 형사들이 범인을 잡기 전에 자신이 먼저 복수하겠다고 장담한다. 성열은 피가 바짝바짝 마른다. 아내를 구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강력반 동료 형사들의 눈을 피해야 하고, 그것도 재칼의 발톱에 찢기기 전에 끝내야 한다.
영화는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긴장감도 커진다. 용의자 얼굴이 지워진 CCTV가 확보된다. 재칼이 범인을 찾는 진짜 이유가 드러난다. 어떤 '물건' 때문이다. 여기에서 제3자가 등장한다. 아내의 행적을 정확하게 알고, 성열에게 접근한다. 그는 베일에 싸여 있다. 궁금한 것은 또 있다. 살인 용의자로 몰리고 있는 지연의 침묵이다. 그녀는 자신을 도우려는 남편 성열의 간곡한 요구를 거부한다. 살인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여기에 성열과 최 형사(박원상)의 경쟁 구도가 펼쳐진다.
이처럼 영화는 다소 복잡한 플롯을 갖고 있다. 성열과 지연의 삐걱거림, 성열의 과거 행적, 지연을 둘러싼 성열과 재칼의 아슬아슬한 싸움,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제3자와 성열의 술래잡기.... 관객은 살인사건과 인물들 사이를 관통하는 어떤 비밀이 있을 거라고 추측한다. 영화의 한 장면, 대사 하나에서 그 실타래를 풀어줄 단서를 발견하려고 집중한다. 비밀을 밝혀줄 결정적 한 방! 그게 스릴러 영화를 보는 재미다.
'시크릿'은 제목 그대로, 스릴러 영화답게, 비밀의 문을 좀체 열지 않는다. 하나씩 비밀이 드러나는 듯하지만, 시원하게 밝혀지는 것은 없다. 꽤 뚝심있게 침묵을 지킨다.
꼭꼭 닫아걸었던 비밀의 문은, 어느 순간 갑자기, 완벽하게 열린다. 둑이 터지듯 걷잡을 수 없다. 모든 비밀이 일시에 밝혀진다. 감독은 결정적 반전에 온 신경을 집중했을 것이다. 절름발이가 한 순간 정상인처럼 걸으며 모든 비밀이 해소되는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관객의 예상을 배반하는 극적인 반전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줄기차게 덫을 깔아놓았으니까.
하지만 '시크릿'의 비밀은 다소 허무하다. 지연의 알리바이와 살인 사건의 연결 고리는 우연에 가깝다. 재칼과 성열의 대결은, 사건의 비밀과 간접적인 관계만 맺는다. 장황하게 펼쳐놓았던 이야기를 야무지게 수습하지 못한 것이다. 의도적인 성동격서(적을 유인하여 이쪽을 공격하는 체하다가 그 반대쪽을 치는 전술)라기에는 결말이 성급하다.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도 거슬린다. 그것도 대사로 다 설명되면서 맥이 빠진다. 조금 더 절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래도 후반부까지 나름대로 밀도를 유지한 점은, '세븐데이즈'만큼은 아니지만, 꽤 평가할 만하다.
그 힘의 많은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에서 나온다. 차승원을 중심으로 한 배우들은 전체적으로 호연을 보여준다. 송윤아의 변신도 눈길을 끌고, '해운대'에서 돋보였던 김인문도 제 역할을 해낸다. 다만 재칼의 류승룡은 지나치게 강하고 딱딱한 느낌이어서 불편하다. 연기력이 아니라 캐릭터 설정의 문제다. 조폭 두목이라고 해서 꼭 맹수처럼 사나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
'시크릿'은 전형적인 범죄/스릴러 장르의 구도를 갖고 있다. 화제작 '세븐데이즈'의 시나리오 작가였던 윤재구는 감독, 각본 1인2역을 맡아 솜씨를 발휘한다. 영화는 강력반 형사, 살인사건, 조직폭력배 두목, 어둠의 자식들, 마약, 형사들의 경쟁을 뼈대로 한다. 색다르게 변주한 점은, 살인 용의자가 형사의 아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형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시크릿'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강력반 형사 성열(차승원)은 살인 현장에서 아내 지연(송윤아)의 흔적을 발견한다. 흔히 사용하지 않는 핑크 바이올렛 립스틱이 묻은 술잔, 귀고리, 단추다. 성열은 동료들 몰래 그 증거들을 없앤다. 그런데 피해자는 악랄한 조폭 두목 재칼(류승용)의 동생이다. 재칼은 형사들이 범인을 잡기 전에 자신이 먼저 복수하겠다고 장담한다. 성열은 피가 바짝바짝 마른다. 아내를 구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강력반 동료 형사들의 눈을 피해야 하고, 그것도 재칼의 발톱에 찢기기 전에 끝내야 한다.
영화는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긴장감도 커진다. 용의자 얼굴이 지워진 CCTV가 확보된다. 재칼이 범인을 찾는 진짜 이유가 드러난다. 어떤 '물건' 때문이다. 여기에서 제3자가 등장한다. 아내의 행적을 정확하게 알고, 성열에게 접근한다. 그는 베일에 싸여 있다. 궁금한 것은 또 있다. 살인 용의자로 몰리고 있는 지연의 침묵이다. 그녀는 자신을 도우려는 남편 성열의 간곡한 요구를 거부한다. 살인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여기에 성열과 최 형사(박원상)의 경쟁 구도가 펼쳐진다.
이처럼 영화는 다소 복잡한 플롯을 갖고 있다. 성열과 지연의 삐걱거림, 성열의 과거 행적, 지연을 둘러싼 성열과 재칼의 아슬아슬한 싸움,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제3자와 성열의 술래잡기.... 관객은 살인사건과 인물들 사이를 관통하는 어떤 비밀이 있을 거라고 추측한다. 영화의 한 장면, 대사 하나에서 그 실타래를 풀어줄 단서를 발견하려고 집중한다. 비밀을 밝혀줄 결정적 한 방! 그게 스릴러 영화를 보는 재미다.
'시크릿'은 제목 그대로, 스릴러 영화답게, 비밀의 문을 좀체 열지 않는다. 하나씩 비밀이 드러나는 듯하지만, 시원하게 밝혀지는 것은 없다. 꽤 뚝심있게 침묵을 지킨다.
꼭꼭 닫아걸었던 비밀의 문은, 어느 순간 갑자기, 완벽하게 열린다. 둑이 터지듯 걷잡을 수 없다. 모든 비밀이 일시에 밝혀진다. 감독은 결정적 반전에 온 신경을 집중했을 것이다. 절름발이가 한 순간 정상인처럼 걸으며 모든 비밀이 해소되는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관객의 예상을 배반하는 극적인 반전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줄기차게 덫을 깔아놓았으니까.
하지만 '시크릿'의 비밀은 다소 허무하다. 지연의 알리바이와 살인 사건의 연결 고리는 우연에 가깝다. 재칼과 성열의 대결은, 사건의 비밀과 간접적인 관계만 맺는다. 장황하게 펼쳐놓았던 이야기를 야무지게 수습하지 못한 것이다. 의도적인 성동격서(적을 유인하여 이쪽을 공격하는 체하다가 그 반대쪽을 치는 전술)라기에는 결말이 성급하다.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도 거슬린다. 그것도 대사로 다 설명되면서 맥이 빠진다. 조금 더 절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래도 후반부까지 나름대로 밀도를 유지한 점은, '세븐데이즈'만큼은 아니지만, 꽤 평가할 만하다.
그 힘의 많은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에서 나온다. 차승원을 중심으로 한 배우들은 전체적으로 호연을 보여준다. 송윤아의 변신도 눈길을 끌고, '해운대'에서 돋보였던 김인문도 제 역할을 해낸다. 다만 재칼의 류승룡은 지나치게 강하고 딱딱한 느낌이어서 불편하다. 연기력이 아니라 캐릭터 설정의 문제다. 조폭 두목이라고 해서 꼭 맹수처럼 사나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