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머리보다 근육 쓰는 '액션 셜록 홈즈'

19세기의 영웅 셜록 홈즈는 수도 없이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의 주인공이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에서 재치 있는 영상을 보여줬던 가이 리치 감독은 셜록 홈즈에다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의 이미지를 끌어다 쓰며 새로운 버전의 추리왕 탐정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나온 영화 '셜록 홈즈'(23일 개봉)는 좀 우스워져 버렸다. 감독이 좋아하는 '초고속 촬영에 이은 초저속 플레이' 때문에 탐정 홈즈는 머리를 쓰지 않는 근육질 해결사처럼 보인다.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그의 친구 왓슨(주드 로)은 종교의식의 제물로 바쳐지는 여자를 구한다. 사제를 자처하는 범인 블랙우드(마크 스트롱)는 체포돼 교수형을 당하지만, 금세 부활해서 어둠의 힘을 내뿜는다. 홈즈는 블랙우드의 초자연적 힘의 비밀을 찾기 위해 왓슨과 함께 조사를 시작한다.

이 영화에 쓰인 카메라는 1초 분량의 장면을 최대 50초로 늘려 플레이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성룡이 '취권'을 찍을 때 이 카메라가 있었더라면 그의 체조하는 듯한 액션도 훨씬 실감나게 보였을 것이다. 셜록 홈즈는 이런 액션을 웃통을 벗고 거한과의 싸움에서 보여준다. 대신 그의 특기인 과학적 추리는 한꺼번에 몰아서 해버려, 탐정 홈즈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이를테면 왓슨의 여자친구를 처음 만나 "귀에 잘 지워지지 않는 인도산 푸른 잉크 두 방울이 묻은 걸 보니 가정교사를 하고 있으며, 학생이 잉크를 쏟은 것에 대한 사과로 학부모가 목걸이를 빌려줬겠군요" 하고 말한다. 이 정도면 추리라기보다 점쟁이에 가깝다. 블랙우드의 비밀이 밝혀지는 후반부 역시 그리 참신하지는 않다. 전체적으로는, 두 시간 보내기 나쁘지 않은 오락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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