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좋고 손맛 좋은데… CG양념 너무 많이 쳐

호화로운 캐스팅, 흥미로운 소재, 리드미컬한 편집과 나쁘지 않은 컴퓨터그래픽 솜씨에도 불구하고 '전우치'는 많은 관객들에게 실망을 줄 것 같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에서 예상과 기대를 모두 뛰어넘으며 환호받았던 최동훈 감독의 이 액션 대작은, '너무 화려해서 지루한' 또 하나의 사례로 남을 것이다.

500년 전 조선시대, 말썽쟁이 도사 전우치(강동원)가 천방지축 날뛰자 도인 화담(김윤석)과 신선들은 전우치와 그의 개 초랭이(유해진)를 그림 족자 속에 가둬버린다. 전우치의 스승 천관대사(백윤식)가 갑자기 살해되고 요괴들을 퇴치하는 피리 만파식적은 둘로 쪼개진다. 현대 서울에 숨어 사는 신선들은 요괴들이 다시 나타나자 박물관에서 전우치가 갇힌 족자를 찾아내 그를 풀어준다. 그러나 전우치는 불현듯 다시 나타난 화담과 만파식적을 두고 맞선다.

12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갖고 최고의 배우들과 작업한 최동훈 감독은 새로운 장르에서 하고픈 게 너무 많았던 모양이다. 꼭두새벽 수산시장에 지갑 두둑하게 채워가, '오늘 최고'라는 생물(生物)로만 장을 봐 온 그는 엉뚱하게도 CG 양념을 너무 많이 넣는 바람에 '양념 매운탕'을 만들었다. 원재료가 워낙 좋고 손맛이 뛰어나니 그 매운탕도 먹을 만은 한데, 좌중에 "캬~" 하는 감탄이 터지기는 어렵겠다. 액션은 유려하다기보다 어린이 관객 눈높이에 맞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실망의 언사들은 감독의 전작 드라마들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최동훈 감독은 이번에 개봉할 '전우치'로는 환호의 만장일치를 얻어내기 힘든 반열에 이미 올라 있다.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 무비'라고 했는데, 만파식적 쟁탈전과 영웅이 무슨 상관인지도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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