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성냥갑 아파트'밖에 없다고?

23일부터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메가시티 네트워크: 한국현대건축 서울》전(展)은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해외 3개국을 돌았던 건축 전시를 국내에서 보여주는 귀국전이다.

《메가시티 네트워크》전은 2007년 프랑크푸르트 독일건축박물관의 초청을 받아 처음 열린 뒤 현지에서 호평을 받았고, 베를린의 독일건축센터와 에스토니아의 에스토니아건축박물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로니아건축사협회의 초청으로 전시를 이어갔다. 이번 전시는 168일간의 유럽 순회전을 마치고 국내에서 마무리를 하는 셈이다.

《메가시티 네트워크》전의 총괄기획자인 김성홍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 현대건축의 지형도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건축가를 선정했다"면서 "전시를 본 해외전문가들이 한국 건축의 특수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메가시티 네트워크》전에 참여한 건축가는 권문성·김영준·김인철·유걸·유석연·이종호·이충기·정기용·조남호·조민석·조병수·주대관·최문규·황두진씨와 건축사무소인 ㈜공간그룹(대표 이상림)과 ㈜정림건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프랑크푸르트 전시장을 거의 그대로 옮겨왔고, 거기에 코너를 추가해 참여 건축가들에게 자유로운 공간을 줘 상상력을 발휘하거나 다른 작품을 보여주도록 했다. 한쪽 벽에는 영상작가 안세권씨가 서울의 전경을 담은 이미지가 대형 프로젝션을 통해 보여지는 가운데 건축가들이 각각 꾸민 96개의 금속과 아크릴 패널이 설치됐다. 패널에는 이번 기획 의도에 맞게 선정한 각 건축가의 건축물 사진과 모형·도면 등이 담겨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번 전시를 디자인한 건축가 황두진씨는 "서울의 특성 중 하나가 좁은 골목골목 사이를 빠져나왔을 때 맞닥뜨리는 풍경"이라며 "이를 살리기 위해 패널을 병풍처럼 세웠다"고 설명했다. 건축가 조남호씨는 서양식 건축 구조와 한국의 전통적인 건축 구조를 접목한 시도를 보여주는 등 참여 작가들은 한국 건축의 특성을 대형교회, 가정집을 개조한 회사 건물, 주상복합 건축 등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고 있다. 김성홍 교수는 "전시가 끝나고 '한국 건축이 예상보다 역동적이면서도 유연하다'는 평을 들었다"고 했다.

건축 전시라고 하면 보통 거대하면서도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이번 전시는 친숙하면서도 농축적으로 꾸며 거리감을 줄였다. 전시는 내년 3월 7일까지 열리며 건축가들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된다. 관람료 1500~3000원.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