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역할은 끝… 개구쟁이 강동원 나와요"

청년 강동원(28)을 어리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그의 연기가 원숙하다고 말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러나 1시간 남짓 그와 이야기를 나눈 결과, 이 젊은 배우는 자신의 세계에 침잠함으로써 에너지와 자신감을 얻는 독특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 영화 '전우치'의 23일 개봉을 앞두고 지난 18일 만난 그는 "선배 배우들과 함께 연기할 때 뭘 배우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 자세로는 연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신 그는 "같이 불꽃이 튀어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했다.

패션모델처럼 마른 데다 온통 검은 톤의 옷을 입은 그가 의자에서 일어날 때, 겨울나무 한 그루가 일어나는 것 같았다. '전우치' 시사회를 마친 느낌을 묻자 그가 말했다. "기대되는 거죠. 얘는 얼마나 사랑받을까 하고. 열심히 키워왔으니까요."

'전우치'에서 말썽쟁이 도술사로 나오는 그는 몸에 와이어를 달고 줄곧 날아다닌다. 음흉하지는 않지만 뻔뻔한 장난꾸러기 역할이다. "컴퓨터그래픽을 많이 쓴 영화는 'M'도 있었지만, 와이어가 이렇게 많은 건 처음이었죠.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너무 날아다니는 것 아닌가' 하는 얘기도 했었지만, 어차피 배우의 동선과 연출은 감독님의 몫이에요. 감독님이 처음부터 '이것은 오락영화이고, 이렇게 만드는 것이 관객을 즐겁게 할 것'이라고 했죠."

그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사형수, '그놈 목소리'에서 범인 목소리 역할, 'M'에서 첫사랑의 환영 탓에 잠 못 이루는 소설가 역할을 연기했다. 'M'을 찍을 때쯤 '전우치' 역할을 제의받았다고 한다. "어두운 영화들을 연속으로 하면서 좀 신나고 재미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그때 '전우치' 제안을 받고 바로 'OK' 했지요."

'전우치'는 무려 8개월 반이나 찍은 영화다. 크랭크인 전에는 3개월 동안 신체단련을 했다. 무술팀과 함께 축구와 달리기, 무술 훈련을 했다. "그래도 30층 넘는 빌딩 옥상 난간에서 연기할 때(물론 와이어를 묶고 있었다), 6층 높이에서 에어매트로 떨어지는 연기할 때는 진짜 무섭더라고요. 6층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20번은 찍었는데 그때마다 손에 땀이 나고 무서웠어요."

'어두웠던' 전작들의 감정에서 벗어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강동원은 "어두운 작품을 하면 감정소모가 심한데, 열어놓은 감정을 닫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전우치'는 워낙 밝고 신나는 영화였다. 그가 잘 보여주지 않던 장난기와 능청스러운 연기가 대부분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 숨기는 게 어려운데, 이번 영화는 뭐든 표현하는 것이어서 연기하기가 수월한 편이었어요. 그 모든 게 제 안에서 나오는 것이죠. 저한테 개구쟁이 같은 면도 있고, 잘난 척하고 싶은 욕구도 있으니까."

강동원은 시간이 남을 때 주로 집에서 혼자 음악을 듣거나 만화책을 읽는다고 했다. 그가 듣는 음악들이 그를 설명했다. 그는 팅팅스 같은 영국 인디팝 밴드도 꼽았지만 콜드플레이, 데미안 라이스, 영화 '원스'의 주인공 남녀의 팀인 스웰 시즌을 즐겨 듣는 음악으로 꼽았다. 특히 데미안 라이스의 음반들은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들었다"고 했다. 이들 음악의 공통점은 혼자 틀어박히기 좋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분명 그런 음악들의 음기(陰氣)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주눅 들면 아무것도 못하는 게 배우란 직업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팬들이 생각하는 반대의 역할을 하려고 하죠. '잘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괜히 삐딱해져서, '흠, 안 그런 모습 보여주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멜로 연기 해달라는 얘기를 들으면 오히려 그런 작품은 하기 싫어요. 미움받으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더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죠."

한류 꽃미남들 얼굴 합성하면..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