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롭고도 두려운… 더 현실 같은 비현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 5'에서 열리고 있는 《2009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SIPF)》은 디지털 사진이 얼마나 깊숙하고 폭넓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나를 보여준다. 전시를 총괄기획한 김남진 사진문화포럼 이사장은 "'현실과 비현실의 교차'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디지털 과정이 사진가의 감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디지털이 만들어내는 합성 이미지의 친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보여주는 첫 코너는 알랭 델롬을 비롯해 올레그 도우·권두현·김준·김학리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학리가 4년간 담은 서울의 사계절은 30m에 이르는 길이로 전시장 주변을 길게 두르며 전시된다. 웬디 맥머도의 작품 〈헬렌〉은 복제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두 번째 코너는 새로운 시각적 이미지에 대한 탐구를 보여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탈리아 작가 지아코모 코스타의 〈아쿠아〉 시리즈다. 신비스러우면서도 공포감을 일으키는 푸른색이 주를 이루는 작품으로, 환경 재앙으로 침몰해가는 지구를 담았다. 물 밑에 잠긴 폐허가 곧 펼쳐질 미래처럼 생생하면서도 환상적으로 다가온다. 이 코너에는 마틴 리브쉐·이상현·고명근·김병걸·김아영·임상빈 등도 참여하고 있다.

디지털 사진에 대해 저항감이 있는 사람은 특별전시에 나온 필립 하메트의 작품 〈발코니〉 등에서 의외의 반전(反轉)을 만날 수 있다. 디지털 작업에서 흔히 사용되는 합성기술이 없는 작품인데도 더 '만들어진 사진'의 효과를 보여준다.

전시장을 나설 때쯤이면 디지털 사진이 만들어내는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스스로 묻게 된다. 작가를 비롯해 관람객이 무한대로 증식될 수 있는 디지털 세계에 대해 다양하면서도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관람료 4000~8000원. (02)2269-2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