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흠집 남기기

 

 

 

〈제6보〉(69~84)=연말 명인전 우승으로 이창호는 몇 년째 거듭돼 온 '준우승 증후군' 증세로부터 말끔히 벗어났다. 통산 13회 우승의 명인전은 과거 이창호가 톱스타로 크는 과정에서 최대 텃밭 중 하나였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선 우승 소식이 여러 해째 끊긴 상태다. 이창호의 국제대회 근거지는 단연 LG배로, 총 4회나 우승하면서 무려 8할에 육박하는 승률(47승 14패·77.0%)을 기록 중이다. 새해 이 전통이 재현될 수 있을까.

백이 △로 씌워간 장면. 그 뒤 76까지는 필연이다. 흑 돌들을 뭉치게 만들면서 팻감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때 77이 문제의 한 수. 참고도 1로 담백하게 이어야 했다. A와 B를 교환한 뒤 1에 두겠다는 뜻이었지만, 백이 78로 먼저 흠집을 남긴 타이밍이 기막혔다. 그리고 78 한 점은 훗날 피비린내 나는 중원 전투에서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게 된다.

81부터 83까지도 쌍방 외길. 일단 흑이 도처에서 요소(要所)를 챙기면서 우하귀 백을 겁박하는 형태를 만들었지만 84로 밀어가니 피차 쌍방 난해한 전투다. 자, 흑의 입장에서 하중앙 3점과 아래쪽 2점은 어떤 식으로 연결자세를 갖추는 게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