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일도양단(一刀兩斷)

〈제7보〉(85~96)=이창호가 제14회 삼성화재배 준결승서 추쥔에 내줬던 2판의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귀신같은 계산과 마무리 솜씨로 일세를 풍미하던 사람답지 않게 잇단 끝내기 실수로 역전패했기 때문. 오죽하면 '신산(神算)'이 아니라 '신산(辛算)'이란 말까지 등장했을까. 상대방인 추쥔이 국후 "이창호가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실수가 꽤 많아진 느낌"이라고 말한 것도 당시 정황을 말해준다.

85가 좋은 감각이었다. 이 수로 참고1도 1은 과수(過手). 백이 6으로 패(覇)를 결행해 올 텐데 16까지 흑이 감당 못한다(10…△). 그러나 백은 86 끼움의 묘착을 준비하고 있었다. 92까지 단호한 일도양단(一刀兩斷)이다. 그 와중 놓인 89도 최대한 버틴 호수. 89로 90은 참고2도 4까지 아래 요석 2점이 잡힌다.

흑도 93, 95로 끊어가면서 쌍방 모두 후방 지원이 두절된 모습. 백은 이제야말로 때가 왔다는 듯 96의 패를 발동한다. 중앙과 하변, 그리고 우하귀 패까지 얽힌 복잡다단한 전투가 시작됐건만 서로 적당히 타협할 여지도 없다. 흑백은 이후 확전(擴戰)을 거듭하며 사생결단의 혈전을 계속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