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과 쪽박사이] 영화 '용서는 없다'

이진호 기자 -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비극의 끝을 보여준다" 대박지수 70％

자신에게 가장 아픈 상처를 준 사람에게 복수를 한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아마도 자신이 느꼈던 감정보다 더 잔인하게, 아니 최소한 내가 아팠던 만큼의 상처를 상대방에게 느끼게 해 줘야 복수다운 복수를 했다고 느끼지 않을까? '용서는 없다'는 '더 아프게 그리고 더 잔인하게...'라는 복수의 공식을 교과서처럼 따랐다. 또 복수라는 주제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가족애라는 화두도 던진다.

"누나를 교통사고로 잃었을 때의 아픔을 관객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다"는 김형준 감독의 말처럼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슬픔은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영화는 '여섯 조각난 여성의 시체'의 발견을 시작으로 벌어지는 전대미문의 살인사건을 그렸다. 국내 최고의 부검의인 강민호(설경구)와 환경운동가 이성호(류승범), 그리고 사건을 이끌어 나가는 핵심축인 여형사 민서영(한혜진)이 펼치는 숨막히는 심리 게임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용서는 없다'는 복수와 용서라는 화두를 다룬 최근 영화의 트렌드에 맞게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 '왜?'라는 이유에 더 큰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강민호와 이성호의 날선 심리적 대립과 번뜩이는 반전으로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설경구, 류승범, 한혜진 등 주연 배우들이 가진 존재감은 영화의 핵심축이다. 이들의 열연은 다소 산만하고 어색한 스토리를 깔끔하게 상쇄시켰다. 또한 관객들을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시켜 다소 늘어지는 중 후반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결론적으로 '용서는 없다'는 스릴러로서 빠른 화면 전개와 번뜩이는 반전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할 만한 충분한 매력을 가졌다. 이중 가장 큰 강점은 무엇보다도 인간으로서의 아픔과 가족애를 디테일하게 그렸다는 점이다.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비극의 끝을 여지 없이 보여준다. "사람은 잃을 게 있어서 약해진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소중한 걸 잃고 분노한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하고 빠져들 것이다.

전반적으로 완성도 높은 영화긴 하지만 아쉬운 점도 몇 있다. 시체 부검의라는 독특한 직업을 주인공으로 삼긴 했지만 부검 장면을 너무 디테일하게 묘사해 오히려 영화의 몰입을 방해했다. 또 살인사건의 피해자 중 한 강민호 박사에게만 그토록 잔인한 복수를 해야 했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도 아쉬웠다.

< zhenhao@sportschosun.com>

이인경 기자 - "계산된 스릴러, 잔혹함은 필요악?" 쪽박지수 60％

갈수록 자극적인 스릴러가 나와서일까? '용서는 없다'는 싸이코패스의 연쇄살인을 다룬 '추격자'보다 더욱 잔인하다. 스릴러의 역치 값을 훨등히 높였으니, 당분간 이보다 더 잔인한 영화도, 더 소름돋는 영화도 만나기 힘들 듯하다. 리얼리티와 반전을 살리기 위한 장치였다고 해도, 불친절한 잔혹함이 눈 앞에 툭툭 던져져 당혹스럽다. 논란을 만들어내기 위한 필요악처럼 느껴질 뿐이다.

'No Mercy'라는 영어 제목처럼 영화는 직설적이며 디테일에 충실하다. 치밀하게 계산된 스토리는 강우석표 스릴러인 '공공의 적'과 궤를 같이 한다. 물론 실타래처럼 얽힌 두 남자의 운명을 차근차근 풀어가는 이야기 방식은 '올드보이'의 반전처럼 소름끼치고 완벽하다. 다만 '공공의 적'이 남긴 휴머니즘이나, '올드보이'가 창시한 감각적인 영상 기법과 독창성은 부족해 '향기 없는 꽃'을 보는 감흥에 그친다.

부검 전문의 강민호(설경구) 박사는 금강 하구에서 발생한 토막살인사건을 맡아 시신을 부검하게 된다. 이 사건에 강 박사의 제자였던 민서영(한혜진) 형사가 뛰어들고, 민 형사는 환경운동가 이성호(류승범)을 살인 용의자로 체포한다. 그러던 중 딸의 귀국을 기다리며 행복한 가정을 꿈꾸던 강민호 박사는 딸이 이성호에 의해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고 이성호와 검은 거래를 하게 된다.

그동안 스릴러나 공포 영화에서 부검 장면은 종종 등장하긴 했지만 '용서는 없다'는 유독 부검 과정에 집착한다. 이 사건의 열쇠가 절단된 시신과 부검 과정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치 정육점에서 동물을 도륙하듯 자세히 묘사되는 과정은 강심장이 아닌 관객들에게 오히려 역겨움만 선사하지 않을까. 장기를 꺼내 메스로 순대와 간처럼 썰고, 시신 내부에 있는 자궁 경부를 꺼내 정액을 묻히는 과정 등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데에도 자꾸 뇌리에 남는다.

강민호 박사가 초반부 시체를 부검하며 "사체는 사람이 아니다. 단서다"라고 던진 대사. 그 말과 장면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후반부의 휴머니티보다 더욱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는 게 영화의 맹점이었다.

설경구와 류승범의 연기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 다만 '강철중'과 '그놈 목소리'에 이은 무난한 설경구표 연기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한혜진은 두 남자 사이에서 헐레벌떡 고군분투하지만, 존재감은 '주몽' 등 사극 드라마에서 보여준 것과 달리 확실히 떨어졌다. 본격적인 살인 사건에 들어가기 전, 4대강 사업과 새만금 개척사업 등 환경 문제에 대한 밑밥을 까는 과정도 지루하게 오래 그려졌다.

< be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