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가슴을 쿵 치는 명대사다. 훌륭한 대사 한 마디는 주제를 집약하고, 인물의 내면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영화의 방향까지 바꾼다. 무엇보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올해 개봉된 한국영화들도 인상깊은 명대사로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다. 올 스크린을 수놓은 명대사를 살펴본다. |
| "넌 하루하루가 사랑일지 몰라도 내겐 하루하루가 지옥이야" |
▶넌 하루하루가 사랑일지 몰라도 내겐 하루하루가 지옥이야='내사랑 내곁에'의 백종우(김명민)가 연인 이지수(하지원)에게 한 말이다. 루 게릭 환자로 죽음을 눈앞에 둔 백종우가 헌신적인 이지수의 사랑마저 불편해 하며 던진, 진심과는 다른 대사다. 김명민과 하지원은 이 영화로 제30회 청룡영화상에서 남녀주연상을 동반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다='국가대표'의 차헌태(하정우)의 대사다. 미국에 입양됐다가 고국으로 돌아와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된 차헌태가 경기 직전 동료들을 격려하고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일깨우기 위해 말했다. '국가대표'는 비인기종목인데다 사회의 아웃사이더였던 스키점프 선수들의 애환과 도전을 감동적으로 그려 870만 관객을 동원했다. 김용화 감독은 이 영화로 청룡영화상 감독상을 받았다.
▶내가 니 아빠다='해운대의 김 휘 박사(박중훈)는 쓰나미가 오기 직전 수송헬기에 딸을 실어보내며 자신이 아빠임을 처음으로 밝혔다.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을 희생하고 대신 자식의 목숨을 구한 부모의 사랑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에미 먼저 가서 미안해='애자'의 최영희(김영애)가 죽어가면서 딸 박애자(최강희)에게 남긴 사랑의 언어다. 영화 내내 티격태격 싸우던 모녀는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진심으로 화해하면서 영원한 이별을 한다. 미안하다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큰 사랑을 담고 있다.
▶한국 정부를 우습게 보지 마세요. 굴욕의 역사는 가지고 있지만, 굴욕의 정치는 하지 않습니다='굿모닝 프레지던트' 차지욱 대통령(장동건). 그는 일본과 영토 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북한 밀사에게 엉뚱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민족의 자존심을 강조한다.
▶봐. 네가 조선 땅에서 제일 아름다워='미인도'의 감우(김남길). 남장여자로 살아온 신윤복(김민선)이 자신 앞에서 처음 나신을 드러내자 연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의 말로 그녀의 정체성 고민을 덜어준다.
▶내일 너희들이 들어야 할 무게는 너희들이 짊어지고 온 삶의 무게보다 훨씬 가벼울 거다. 나는 너희들을 믿는다='킹콩을 들다'의 이지봉 선생(이범수)이 첫 대회를 앞두고 긴장해 있는 역도부 소녀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려고 한 말이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아, 왕따 등 힘겨운 삶을 견뎌야 했던 소녀 역사들은 이 선생의 정성어린 지도로 꿈과 희망을 얻는다.
▶아무도 믿지마. 엄마가 구해줄게='마더'의 혜자(김혜자)가 살인 혐의로 감옥에 갇힌 도준(원빈)을 면회하며 던진 말이다. 자식에 대한 어미의 동물적 본능을 탁월하게 표현한, 영화의 핵심을 나타내는 대사다.
▶저의 칼이 어찌 살지를 정했기 때문입니다. 마마, 그대를 지키는 것이오='불꽃처럼 나비처럼'의 호위무사 무명(조승우)은 명성황후 민자영(수애)에게 그녀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각오를 칼에 빗대 표현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 우리한테만 기적인 게 아니야. 그건 진짜 기적이야='우리 집에 왜 왔니'의 이수강(강혜정)이 김병희(박희순)에게 한 말이다. 사랑에 배신당한 두 남녀끼리 사랑에 빠지는 것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 임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