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시네마 오디세이 : '워낭소리'와 '여배우들'
입력 : 2009.12.28 11:03
| 스타 여배우와 산골 노인들의 차이점… |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19일 재개봉했다. '워낭소리'는 독립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작품이다. 올해 초 300만 관객이라는 경이적인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다. 지난주 일본 5개 극장에서 개봉했는데, 이를 기념해 국내에서 재개봉한 것이다. 독립영화의 재개봉이라니. 겨우 1개관에서, 하루 1회 상영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긴 '블록버스터 독립영화'로 불릴 만큼 인기였으니, 놀랄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워낭소리'와 비슷한 또 한 편의 영화가 있다. 6명의 스타 여배우가 등장하는 '여배우들'(감독 이재용)이다. '여배우들'은 패션잡지 화보 촬영을 위해 모인 여배우들이 주인공이다.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각 세대를 대표하는 아이콘들이다. 영화는 화보 촬영 중간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그녀들의 삶과 생각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겉으로 드러난 주인공들의 삶은 대조적이다. 사는 터전부터 다르다. '워낭소리'의 노인 부부는 경북 봉화군 청송산 자락에 위치한 산골 마을에서 산다. 논밭을 일구며 사는 농사꾼이다.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늙어빠진 소 한 마리가 유일한 친구다. '여배우들'의 공간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서울 강남이다. 여배우들은 세련된 옷과 보석으로 치장하고, 팬들의 인기를 먹고 산다. 일본에서 온 열혈팬들에게 사인도 해준다. 노인 부부는 막걸리로 허기를 달래고, 여배우들은 와인으로 우정을 나눈다.
장르 면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워낭소리'는 다큐멘터리다. 노인 부부의 진짜 삶을 계절의 변화와 함께 보여준다. 지나치게 연출적인 요소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다큐멘터리다. 짜여진 시나리오가 없다. '여배우들'은 극영화다. 배우들이 실명으로 등장해서 실제 성격을 드러내기 때문에 허구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즉흥 연기나 애드립은 다른 영화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연출이 가미된 다큐멘터리와 다큐멘터리 같은 극영화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워낭소리'와 '여배우들'은 본질적으로 같은 영화다. 동시대 사람들의 희로애락, 삶의 속살을 가감없이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는 곳, 생활 방법이 다를 뿐이다.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는 생생하고, 현실적이고, 직접적이어서 마음의 현을 자극한다. 사람 사는 얘기만큼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두 영화는 인물들의 솔직담백함이 최대 매력이다. '워낭소리'에서 최원균, 이삼순씨는 다소 민망한 욕설, 남루한 살림살이까지 숨김없이 내보인다. 할머니는 끊임없이 할아버지를 원망하고, 소를 구박하고, 팔자타령을 한다. '여배우들'에서도 배우들은 자신의 이혼 사실이나 질투심, 라이벌 의식을 모두 드러낸다. 윤여정은 이삼순 할머니와 비슷하다. 구수한 입담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이혼에 얽힌 황당했던 후일담을 유머러스하게 들려준다. 한류스타 최지우와 비교하며 "난 재래시장이나 지키겠다"고 말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두 영화는 동시대인들의 삶의 풍경을 스크린에 적나라하게 펼쳐보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런데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차이가 있다. '워낭소리' 때는 많은 사람들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계속 웃었다. 할머니의 재담이 큰몫을 했다. 마지막엔 가슴으로 울었다. 반면 '여배우들'의 관객은 울지 않는다. 스타의 비밀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특히 이혼한 아픔, 여배우로 사는 일의 힘겨움을 토로할 때는 찡하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감동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이유가 뭘까. '여배우들'의 홍보 카피는 '우리도 할 말 많아요'다. 실제로 영화는 여배우들의 수다로 채워진다. 한없이 화려할 것 같은 여배우들이 평소 말하지 못했던 고충을 실감나게 털어놓는다. 그 말들은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산다'고 하소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워낭소리'의 노인 부부는 그냥 평소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매일 싸우는 듯하지만, 사실은 뚝배기 같은 정을 나눈다. 화려해 보이는 여배우들은 '아프다, 힘들다'고 외친다. 가난한 산골 노인 부부는 묵묵히 일하고, 힘겨운 일상을 견딘다. 수다와 침묵, 넘치는 언어와 순박한 행동의 차이다. 때로는 침묵이 수다보다 울림이 깊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
'워낭소리'와 비슷한 또 한 편의 영화가 있다. 6명의 스타 여배우가 등장하는 '여배우들'(감독 이재용)이다. '여배우들'은 패션잡지 화보 촬영을 위해 모인 여배우들이 주인공이다.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각 세대를 대표하는 아이콘들이다. 영화는 화보 촬영 중간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그녀들의 삶과 생각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겉으로 드러난 주인공들의 삶은 대조적이다. 사는 터전부터 다르다. '워낭소리'의 노인 부부는 경북 봉화군 청송산 자락에 위치한 산골 마을에서 산다. 논밭을 일구며 사는 농사꾼이다.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늙어빠진 소 한 마리가 유일한 친구다. '여배우들'의 공간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서울 강남이다. 여배우들은 세련된 옷과 보석으로 치장하고, 팬들의 인기를 먹고 산다. 일본에서 온 열혈팬들에게 사인도 해준다. 노인 부부는 막걸리로 허기를 달래고, 여배우들은 와인으로 우정을 나눈다.
장르 면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워낭소리'는 다큐멘터리다. 노인 부부의 진짜 삶을 계절의 변화와 함께 보여준다. 지나치게 연출적인 요소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다큐멘터리다. 짜여진 시나리오가 없다. '여배우들'은 극영화다. 배우들이 실명으로 등장해서 실제 성격을 드러내기 때문에 허구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즉흥 연기나 애드립은 다른 영화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연출이 가미된 다큐멘터리와 다큐멘터리 같은 극영화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워낭소리'와 '여배우들'은 본질적으로 같은 영화다. 동시대 사람들의 희로애락, 삶의 속살을 가감없이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는 곳, 생활 방법이 다를 뿐이다.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는 생생하고, 현실적이고, 직접적이어서 마음의 현을 자극한다. 사람 사는 얘기만큼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두 영화는 인물들의 솔직담백함이 최대 매력이다. '워낭소리'에서 최원균, 이삼순씨는 다소 민망한 욕설, 남루한 살림살이까지 숨김없이 내보인다. 할머니는 끊임없이 할아버지를 원망하고, 소를 구박하고, 팔자타령을 한다. '여배우들'에서도 배우들은 자신의 이혼 사실이나 질투심, 라이벌 의식을 모두 드러낸다. 윤여정은 이삼순 할머니와 비슷하다. 구수한 입담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이혼에 얽힌 황당했던 후일담을 유머러스하게 들려준다. 한류스타 최지우와 비교하며 "난 재래시장이나 지키겠다"고 말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두 영화는 동시대인들의 삶의 풍경을 스크린에 적나라하게 펼쳐보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런데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차이가 있다. '워낭소리' 때는 많은 사람들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계속 웃었다. 할머니의 재담이 큰몫을 했다. 마지막엔 가슴으로 울었다. 반면 '여배우들'의 관객은 울지 않는다. 스타의 비밀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특히 이혼한 아픔, 여배우로 사는 일의 힘겨움을 토로할 때는 찡하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감동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이유가 뭘까. '여배우들'의 홍보 카피는 '우리도 할 말 많아요'다. 실제로 영화는 여배우들의 수다로 채워진다. 한없이 화려할 것 같은 여배우들이 평소 말하지 못했던 고충을 실감나게 털어놓는다. 그 말들은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산다'고 하소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워낭소리'의 노인 부부는 그냥 평소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매일 싸우는 듯하지만, 사실은 뚝배기 같은 정을 나눈다. 화려해 보이는 여배우들은 '아프다, 힘들다'고 외친다. 가난한 산골 노인 부부는 묵묵히 일하고, 힘겨운 일상을 견딘다. 수다와 침묵, 넘치는 언어와 순박한 행동의 차이다. 때로는 침묵이 수다보다 울림이 깊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