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의 시네마 업데이트] '셜록 홈즈'

행동하는 근육질의 '쾌남 홈즈' … 불편하고 실속없어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로 한때 천재 소리를 들었던 감독 가이 리치가 아서 코난 도일 경이 창조한, 너무 유명한 천재 셜록 홈즈를 스크린에 부활시켰다. 원작의 설정을 상당 부분 격하게 마다하며 액션 히어로 셜록 홈즈를 탄생시켰으니, 이거 참 재밌기도 하면서 의아하기도 하다.

얘기의 시작은 살인 사건이다. 19세기 영국 런던에서 5명의 여인이 종교 제물로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명탐정 셜록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친구 왓슨(주드 로)은 마지막 희생자가 될 뻔한 여인을 간신히 구하고 범인인 블랙우드(마크 스트롱)도 가까스로 체포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때부터. 블랙우드는 감옥에서 간수에게 저주를 내리고, 홈즈에겐 자신의 죽음이 거대한 계획의 일부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이윽고 사형 집행 다음날 블랙우드가 부활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안 그래도 옛 연인 아이린(레이첼 맥아담스)의 출현에 갈팡질팡하던 홈즈는 블랙우드를 쫓고 아이린의 수수께끼도 풀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셜로키언'(셜록 홈즈 마니아)는 아니지만 내 기억에 의하면 소설 속 홈즈의 가장 인상적인 매력은 관찰력이었다. 늘 찾아온 의뢰인과 몇 마디하고 나면 그의 직업, 방금 하다 온 일, 의뢰할 일의 성격을 단숨에 맞추는 그의 솜씨와 이 모든 게 과학적 사고에서 비롯됐다는 코난 도일의 묘사가 일품이었다. 홈즈는 근대적인 동시에 현대적이었고, 낭만과 과학이 공존하던 19세기의 르네상스맨이었다.

반면,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홈즈의 행동력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셜록 홈즈가 집에 찾아온 아이린을 보낸 후 잽싸게 변장을 하고 그녀를 따라잡아 정보를 캐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아무리 논리적인 사고로 사건의 과정을 해석하고, 때론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혼란한 머리를 비워내는 듯해도 그 차이는 확연하다. 그의 사건 해결 방식은 현장의 단서를 입으로 맛보고, 결정적인 순간엔 격투를 벌이는 것이다. 절박한 위기 속에선 가끔 절친 왓슨과 희한한 만담까지 나눈다. 귀엽고 유쾌해서 원작의 설정을 과감히 깨버린 쾌감이 있긴 하나, 근육질의 쾌남 홈즈는 과도한 성형미인을 보듯 불편해 보이는 것도 사실. 그래서인지 사건의 전말을 그의 입으로 들어도 그런가보다 한다. ('CSI'를 너무 많이 봤나?)

캐릭터들을 삽시간에 설명하는 똑똑한 오프닝과 음울하고 검푸른 19세기 런던의 스케일은 멋지지만 결국 주먹만 날리다 끝나는 느낌이다. 가이 리치, 마돈나와의 공사다망했던 결혼생활 중에 기술은 늘었으되 실속은 없어진 게 확실하구려. 벌써 속편도 만든다는데,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