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바닥에서 뜨거운 꿈을 꾸었네

한국 근대조각의 거장인 권진규(1922~1973)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 조각과가 개교 80주년을 맞이해 그동안 배출해낸 가장 탁월한 작가를 찾다가 이 대학 출신인 권진규를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무사시노미술대학과 일본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 권진규전이 나란히 열렸고, 일본 현지 전시가 끝난 뒤 한국으로 건너왔다. 이번 전시에는 권진규의 조각 작품 100점을 비롯해 드로잉 40점과 석고틀 1점이 나와 있다.

권진규는 1948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의 전신인 무사시노 미술학교 조각과에서 공부했다. 당시 권진규는 테라코타 작품을 선보이는 등 후배들의 우상일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또 1953년에는 일본 재야(在野) 미술전인 이과전(二科展)에서 수상하는 등 활동을 이어가다 1959년 귀국했다. 귀국 후에는 테라코타와 건칠을 재료로 한 조각 작품을 발표했지만, 미술계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권진규의 작품 〈자소상(自塑像)〉 등을 보면 얼마나 인간의 깊은 내면을 조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는지 느낄 수 있다. 그의 대표작인 두상(頭像)들은 이상과 현실, 열정과 자기연민, 세상에 대한 원망이 하나의 뜨거운 불길처럼 분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길고 가느다란 목이 현실 세계에 발은 딛고 있지만 구도(求道)의 세계를 갈망하는 작가의 염원을 볼 수 있다. 작품 하나하나에 작가가 불어넣은 숨결과 혼이 느껴진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열린다. 관람료 1500~5000원.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