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삼킨 카리스마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위치한 경기도미술관에 들어서면 로비 벽 위에 설치된 거대한 벽화가 압도하듯 들어온다.

경기도미술관이 이상남에게 2010년 소장품으로 의뢰한 〈풍경의 알고리듬〉이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가 제작한 5.5x 46m 크기의 대작이다. 하얀 바탕 위에 검은색의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곡선과 직선, 점으로 이뤄져 회화와 디자인의 경계에 걸쳐 있는 듯하다. 직선은 죽음을, 곡선은 순환 또는 삶을 은유한다.

작가는 "작품 의뢰를 받고 미술관 도면을 받아들면서 작품에 대한 상상을 시작했다"면서 "미술관 전체와의 관계를 생각하지만 건축 무게에 눌리지 않고 넘어서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회화가 건축의 한 부분으로 귀속되는 경향을 넘어서겠다는 의지였다. 건축의 부속품처럼 작아졌던 회화를 무대 가운데 올려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작가는 미술관 도면을 보면서 드러나지 않은 공기의 흐름 등을 상상력에 담아 기호로 표현했다. 기호처럼 보이는 것은 컴퓨터로 그래픽 이미지를 도출한 뒤 이미지를 화면에 손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안료도 아크릴 물감 대신 자동차 외장에 쓰이는 도료를 사용했다. 내용과 형식에서 전통과 첨단, 테크놀로지와 아날로그가 교차하면서 묘한 아우라를 내고 있다. 미니멀한 간결함이 경쾌하면서도 사색의 깊이가 느껴진다.

〈풍경의 알고리듬〉은 빛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데 특히 밤에는 조명을 받아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난다. 작품은 빛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반사하기도 하면서 날씨에 따른 변화무쌍함을 보여준다. 작가는 독특한 색의 효과를 내면서도 강한 직사광선을 견뎌내기 위해 벽화를 이루고 있는 66개의 패널을 일일이 구워냈다. 벽에다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패널 위에 그림을 그린 뒤 퍼즐처럼 맞춘 것이다. 작가는 "패널을 서로 맞추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작품 전체를 망쳐버릴 수 있었다"면서 "과정 전체가 1㎜와의 전쟁이었다"고 표현했다.

경기도미술관으로서도 모험에 가까운 작업이었다. 김홍희 관장은 "미술관 로비의 한쪽 벽을 한 작가 작품으로 채운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 "〈풍경의 알고리듬〉이 경기도미술관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작품의 일반인 공개는 내년 1월 7일부터 시작된다. (031)481-70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