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조선] 희귀병으로 시력 잃은 개그맨 이동우의 희망가

90년대 중반 개그맨 홍록기, 표인봉 등과 함께 만든 그룹 ‘틴틴파이브’의 리드보컬로 인기를 얻었던 개그맨 이동우가 희귀병으로 시력을 거의 잃었다. 그는 빛과 어둠 정도만 구분할 수 있는 상태에서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2년 전 뇌종양 수술을 받은 아내와 네 살짜리 딸, 칠순 노모의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여성조선 1월호가 그를 만나봤다.

5년 전, 밤만 되면 물건이 잘 보이지 않아 야맹증을 의심했던 이동우는 병원에서 ‘망막색소상피변성증’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았다. 이는 눈의 망막에 있는 세포가 변성돼 망막의 기능이 소실되면서 주변 시야가 차츰 좁아지고 결국 시력을 잃게 되는 진행성 질병. 결혼식을 올린 지 2개월 된 새신랑에게 너무도 가혹한 운명이었다.

그가 충격에서 벗어나기까지 5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패닉상태였죠. 두 번째는 현실부정이었죠. ‘오진’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 얼마나 많은 병원을 찾아다녔는지 몰라요. 세 번째는 분노와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그러다 결국 스스로의 장애를 인정하고 지팡이를 찾게 됐죠.”

건강을 잃은 후 힘든 일은 계속됐다. 4년 전 딸 지우가 갓 태어났을 때 그는 이미 눈이 어두워 신생아를 밟거나 차기도 했다. 아기를 안고 걸어 다니다가 문 모서리에 부딪치기도 했다. 아내는 2년 전 뇌종양에 걸렸다. 수술 후유증으로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 그는 수도 없이 자살을 생각했다. 혼자 있을 때는 집 베렌다를 서성이며 ‘담배 딱 한 대만 피우고 떨어져죽자’고 결심했다. 점차 시야가 어두워지는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포크로 눈을 찌르자’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아내와 딸 지우, 그리고 칠순이 넘은 노모의 얼굴이 떠올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그를 다시 살린 것은 가족이었다. 떠날 줄 알았던 아내는 “당신이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다”며 격려했고 뇌종양 수술 후에도 마사지숍을 운영하며 실질적인 가장역할을 하고 있다. 딸 지우는 부모의 아픔에도 밝고 예쁘게 자라 기쁨을 주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병이 낫는 그 순간까지 절대 눈을 감지 못하겠다”며 그의 눈이 되어주기 위해 체력관리에 열중하고 있다.

이동우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각지에서 응원이 쇄도하고 있다. 하루에 고작 5명이 방문하던 미니홈피에도 5만명이 찾아온다. 그는 한 달 뒤 음반을 출시할 예정이다. 수익금은 불우이웃에게 쓸 예정이다. 여기에는 틴틴파이브 멤버들과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앞으로도 많은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비록 앞이 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갈 생각이다. 그는 소중한 것을 잃었지만 더 소중한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는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낍니다. 그분들 때문에라도 아파할 수도 절망할 수도 없어요. 훗날 저만의 조그마한 공간을 만들어 낮에는 에세이를 쓰고 밤에는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