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고뇌하는 제니퍼 애니스톤? 상큼 발랄 '레이첼'이 보고파

마이크(스티브 잔)는 미국 애리조나의 시골에서 부모가 운영하는 모텔 일을 도우며 산다. 어느 날 이곳에 수(제니퍼 애니스톤)가 출장차 왔다가 묵게 되고, 마이크는 그녀에게 반해 선물공세를 하며 접근한다. 결국 한 번의 관계를 허락한 수가 메릴랜드로 돌아가자, 마이크는 가진 돈을 탈탈 털어 그녀를 찾아간다. 그러나 남자친구와 헤어져 본 수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러브 매니지먼트(31일 개봉)'는 제니퍼 애니스톤이 총 제작을 맡고 주연까지 한 영화다. 그녀는 발랄 상큼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를 버리고, 뭔가 고뇌하고 심각하며 마음 한쪽이 닫혀 있는 역할을 연기했다. 그녀의 이메일 주소를 안다면 편지를 보내고 싶다. 그냥 '프렌즈'의 레이첼로 남아달라고.

이 총체적 난국의 로맨틱 코미디는 로맨틱하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는다. 초반 스티브 잔이 몇몇 장면으로 웃음의 시동을 거는데, 산통을 깨는 것은 제니퍼 애니스톤의 연기(또는 그 연기를 시킨 스티븐 벨버라는 이 무명 무능의 감독)다. 그녀가 모텔에 묵는 첫날 밤 와인을 선물하고, 둘째날 밤엔 샴페인을 들고 오는 마이크에게 그녀는 "한 번 만져보라"며 엉덩이를 내민다. 그 자세는 즉각 1980년대 한국 고교 교실의 체벌장면을 연상시키며 영하 10도 추위를 뚫고 온 관객에게 얼음물을 끼얹는다.

마이크가 수에게 끌리는 건 알겠지만, 수가 왜 그에게 느닷없이 몸을 허락하는지(그것도 하필이면 모텔 세탁장에서) 감독은 관객을 납득시키지 못한다. 한 번 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메릴랜드로 워싱턴주로 쫓아다니는 마이크도 전혀 공감할 수 없다. 남이 제작한 영화에서 윤기 반짝반짝하던 제니퍼 애니스톤의 얼굴은, 자신이 제작한 이 영화에서 목숨 걸고 막 국경선 넘어 밀입국한 여자처럼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