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인터뷰] 하지원 '청룡 퀸'이라 부른다
입력 : 2009.12.31 16:02
① 10년만에 품에 안은 청룡
유독 상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시상식 전날 잠이 안와서 맥주 딱 한캔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같은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김명민이 먼저 호명됐을 때 마냥 기뻤다. 청룡 30년 역사를 통털어 같은 영화에서 남녀주연상이 나온 경우는 다섯차례에 불과하다. "수상가능성에서 멀어진 듯해 '앗차'싶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하지원은 자신있게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상탄 것처럼 기뻤어요. 원래 앞 뒤 잘 못따지고, 계산도 못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일까. 지난 10년간 그를 버티게 해준 건, 이 대차대조표 안따지고 덤비는 연기 열정이었다. 일단 작품을 고르고 나면 하지원은 버린다. 그리고 무섭게 빠져든다.
영화 '1번가의 기적'을 찍을 때는 복싱선수라는 직업에 따라, 한달 동안 맞는 연습을 했다. 매일 눈 양쪽에 시퍼런 멍을 달고 살았다. 어느날 거울을 보다가 너무나 서러워 펑펑 울었다. 그리고 다음날, 눈뜨자 마자 운동화 질끈 매고 다시 복싱장으로 향했다.
유독 상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시상식 전날 잠이 안와서 맥주 딱 한캔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같은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김명민이 먼저 호명됐을 때 마냥 기뻤다. 청룡 30년 역사를 통털어 같은 영화에서 남녀주연상이 나온 경우는 다섯차례에 불과하다. "수상가능성에서 멀어진 듯해 '앗차'싶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하지원은 자신있게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상탄 것처럼 기뻤어요. 원래 앞 뒤 잘 못따지고, 계산도 못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일까. 지난 10년간 그를 버티게 해준 건, 이 대차대조표 안따지고 덤비는 연기 열정이었다. 일단 작품을 고르고 나면 하지원은 버린다. 그리고 무섭게 빠져든다.
영화 '1번가의 기적'을 찍을 때는 복싱선수라는 직업에 따라, 한달 동안 맞는 연습을 했다. 매일 눈 양쪽에 시퍼런 멍을 달고 살았다. 어느날 거울을 보다가 너무나 서러워 펑펑 울었다. 그리고 다음날, 눈뜨자 마자 운동화 질끈 매고 다시 복싱장으로 향했다.
| 고지에 올랐다. 남들은 일생에 단 한번 누리기도 힘든 타이틀을 두 개나 거머쥐었다. 영화 '해운대'로 천만클럽에 이름을 올렸고, '내사랑 내곁에'로 청룡을 품에 안았다. 2009년 인생 최고의 순간을 장식한 하지원. "이젠 좀 쉬고 싶다"는 대답을 들을 줄 알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예측을 뒤엎는 것. "다른 사람의 삶을 만날 때 짜릿함은 말로 설명 못한다. 이번엔 또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렌다"는 이야기다. 희망에 가득찬 2010년을 계획하고 있는 하지원을 만나봤다. |
| 우리는 그녀를 하ㆍ지ㆍ원 이라 쓰고 '청룡 퀸'이라 부른다… |
| 2009년 : 청룡 영화상으로 '유종의 미'… 2010년 : 결혼? 글쎄요 국수 먹을 수 있을까요 ㅎㅎ |
② 카메라 앞에서 자유를 누린다
'해운대'를 촬영할 때 설경구가 "너 같은 애는 처음 본다"고 했다. 아무리 심각한 장면을 앞두고 있어도 촬영장을 놀이터처럼 누비고 다니는 하지원이 신기하다는 이야기다. 크랭크 인 전에 물이 돼야 한다면, 하지원은 이미 완벽히 강을 이루고 바다로 넘실댄다. 그러니 카메라 앞에서 느끼는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나니까, 내 스타일대로 편하게 사람들을 대해요."
이 덕분에 항상 촬영장에서 인기가 높다. 한번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는 작품이 끝나도 계속 인연을 이어간다.
어려보이는 얼굴 때문에 유독 연하와 호흡을 맞춘 적이 많은데, 그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최근 "'황진이'때 실제로 (하지원을) 좋아했다"고 말한 장근석, 영화 '형사'에서 호흡을 맞춘 강동원까지 모두 연하다. 장근석과는 심지어 아홉살 차이가 난다. "제가 원래 유치해요.(웃음) 오히려 근석이나 동원이한테 촬영 내내 많이 보고 배웠어요."
파트너들을 평해달라는 주문에 하지원은 즐겁게 코멘트를 늘어놓았다. 장근석은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소지섭은 솔직한 성격이 진국이다. 김명민은 진짜 독종이다. 강동원은 '전우치'에서 캐릭터가 실제 모습과 꼭 닮았다. 귀엽고 장난을 잘친다.
③ 카메라 뒤에서 자유를 배운다
6년 여전 그를 인터뷰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참 모범생이구나"란, 어찌보면 다소 지루한 인터뷰가 이어졌다. 연이은 강행군에 지친듯한 그녀는 딱딱 정답만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나본 하지원, 180도 달라보였다. 활기가 넘치고, 대답도 솔직담백했다. MBC TV '무릎팍도사'에서 "이제야 배우가 아닌, 개인 하지원으로서 삶을 살 수 있다"는 말도 했었다.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사는 법만을 고민해왔잖아요. 어느날 문득 뒤를 돌아보니 허탈해지더라고요.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죠. 카메라 밖에선 오히려 너무 심심하고 지루하더라고요."
서른 한살의 말미에 다른 하늘을 꿈꿔봤다. 이젠 배우가 아닌, 하지원으로서 삶의 즐거움을 하나둘씩 배워간다. 크리스마스엔 캐롤을 틀어놓고 혼자서 분위기를 냈다. 예쁜 카페에서 커피도 마신다. 난생 처음 나홀로 여행도 가볼 생각이다.
새해엔 서른둘. 혼기가 꽉 찬 셈이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이미 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하나 둘씩 뒀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웨딩드레스가 가장 잘 어울릴 것같은 연예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래도 결혼 생각은 별로 없다.
"2009년에 좋은 꿈을 정말 많이 꿨어요. '해운대'때는 윤제균 감독과 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푸짐하게 차려진 상에서 맛있게 식사하는 꿈을 꿨고요. 우리집에 카지노가 차려졌는데 잭팟이 터지는 꿈도 꿨어요."
2010년, 배우 하지원은 다시 꿈을 꾼다. 스크린이란 넓은 도화지를 서른 두살의 색깔로 새롭게 채워나갈 생각에 그는 벌써 설렌다.
'해운대'를 촬영할 때 설경구가 "너 같은 애는 처음 본다"고 했다. 아무리 심각한 장면을 앞두고 있어도 촬영장을 놀이터처럼 누비고 다니는 하지원이 신기하다는 이야기다. 크랭크 인 전에 물이 돼야 한다면, 하지원은 이미 완벽히 강을 이루고 바다로 넘실댄다. 그러니 카메라 앞에서 느끼는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나니까, 내 스타일대로 편하게 사람들을 대해요."
이 덕분에 항상 촬영장에서 인기가 높다. 한번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는 작품이 끝나도 계속 인연을 이어간다.
어려보이는 얼굴 때문에 유독 연하와 호흡을 맞춘 적이 많은데, 그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최근 "'황진이'때 실제로 (하지원을) 좋아했다"고 말한 장근석, 영화 '형사'에서 호흡을 맞춘 강동원까지 모두 연하다. 장근석과는 심지어 아홉살 차이가 난다. "제가 원래 유치해요.(웃음) 오히려 근석이나 동원이한테 촬영 내내 많이 보고 배웠어요."
파트너들을 평해달라는 주문에 하지원은 즐겁게 코멘트를 늘어놓았다. 장근석은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소지섭은 솔직한 성격이 진국이다. 김명민은 진짜 독종이다. 강동원은 '전우치'에서 캐릭터가 실제 모습과 꼭 닮았다. 귀엽고 장난을 잘친다.
③ 카메라 뒤에서 자유를 배운다
6년 여전 그를 인터뷰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참 모범생이구나"란, 어찌보면 다소 지루한 인터뷰가 이어졌다. 연이은 강행군에 지친듯한 그녀는 딱딱 정답만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나본 하지원, 180도 달라보였다. 활기가 넘치고, 대답도 솔직담백했다. MBC TV '무릎팍도사'에서 "이제야 배우가 아닌, 개인 하지원으로서 삶을 살 수 있다"는 말도 했었다.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사는 법만을 고민해왔잖아요. 어느날 문득 뒤를 돌아보니 허탈해지더라고요.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죠. 카메라 밖에선 오히려 너무 심심하고 지루하더라고요."
서른 한살의 말미에 다른 하늘을 꿈꿔봤다. 이젠 배우가 아닌, 하지원으로서 삶의 즐거움을 하나둘씩 배워간다. 크리스마스엔 캐롤을 틀어놓고 혼자서 분위기를 냈다. 예쁜 카페에서 커피도 마신다. 난생 처음 나홀로 여행도 가볼 생각이다.
새해엔 서른둘. 혼기가 꽉 찬 셈이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이미 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하나 둘씩 뒀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웨딩드레스가 가장 잘 어울릴 것같은 연예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래도 결혼 생각은 별로 없다.
"2009년에 좋은 꿈을 정말 많이 꿨어요. '해운대'때는 윤제균 감독과 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푸짐하게 차려진 상에서 맛있게 식사하는 꿈을 꿨고요. 우리집에 카지노가 차려졌는데 잭팟이 터지는 꿈도 꿨어요."
2010년, 배우 하지원은 다시 꿈을 꾼다. 스크린이란 넓은 도화지를 서른 두살의 색깔로 새롭게 채워나갈 생각에 그는 벌써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