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시네마 오디세이 - '아바타'
입력 : 2010.01.04 12:25
| 최첨단 CG보다 더 빛나는 천의무봉 연출력… |
칭찬, 감탄, 찬양 일색이다. 오히려 거부감이 들 정도다. 영화 한 편에 대해 이렇게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가 쏟아질 수 있을까? 그런 적이 있었던가? 분명 비판 의견도 있을 텐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로 영화의 신대륙을 개척했다. 수많은 팬들을 아예 신도로 만들었다.
카메론 감독은 12년 전에 이미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97년 '타이타닉'으로 전무후무한 흥행 기록을 세웠고,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에이리언2' 등으로 명성을 얻은 뒤였다.
'아바타'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엄청난 제작비와 물량 공세, 화끈한 볼거리, 느슨한 스토리로 짜여져 있다. 하지만 여느 블록버스터와 차원이 다르다. 2000년대 블록버스터의 절정이라고 평가받는 '반지의 제왕'(피터 잭슨)과 '트랜스포머'(마이클 베이)를 발 아래 거느린다. '2012'(롤랜드 에머리히)의 내용 없는 CG 물량주의가 얼마나 공허한가를 직접 보여준다. 굳이 NBA와 비교하자면, 마이클 조던과 기타 선수들 쯤 될 것이다.
'아바타'는 특히 현대 영화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감정까지 세밀하게 잡아내는 '이모션 캡처'가 백미다. 배우의 움직임을 그대로 포착해 CG(컴퓨터 그래픽)로 담아낸 '퍼포먼스 캡처'는 더러 있었다. 하지만 카메론은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CG로 만든 캐릭터로 실제 배우의 감정 표현과 같은 정밀한 연기를 보여준다. 판도라 행성의 여전사 네이티리(조 샐다나)에 대해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손색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바타'는 처음부터 완전한 3D 영화로 제작됐다. 화면의 생생함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판도라 토착민 나비(NAVI)족의 거주지인 홈트리의 숲과 나무, 폭포, 동물들은 손에 잡힐 듯 사실적이다. 진짜로 그곳을 여행하고 온 듯하다. 은은한 빛의 향연을 보여주는 영혼의 나무 '에이와'는 환상적이고, 이크란(나비족이 비행할 때 타는 익룡처럼 생긴 새)의 아찔한 비행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러나 오해하면 안된다. '아바타'는 최첨단 기술 범벅인 영화가 아니다. 분명 주목받을 만한 성취지만, CG는 영화의 일부분일 뿐이다. 진짜 놀라운 점은, 카메론 감독의 연출력과 뚝심이다. 그는 뻔한 얘기를 뻔하지 않게, 닳고 닳은 얘기를 짜릿하고 흥미진진한 얘기로 바꿔놓았다. 2시간 40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기술이 만능이 아니다"는 평소 주장을 작품으로 실천한다.
스토리를 보자. 가까운 미래, 지구인들은 먼 판도라 행성에 주둔 기지를 건설한다. 판도라의 지하에는 언옵타늄이라는 고가의 자원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한 기업이 그 자원에 눈독을 들인다. 해병대 출신 제이크 설리는 과학자였던 쌍둥이 형 대신 '아바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나비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한, 원격조종이 가능한 새로운 생명체가 된다. 설리는 임무 수행 중 나비족의 여전사 네이티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나비족과 정서적 교감을 나눈다. 곧이어 지구인과 나비족 사이에 운명의 전투가 벌어진다. 이후의 전개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 스토리에서 많은 영화가 떠오른다.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닮았다는 것이다. '허공에 떠 있는 섬' 역시 '천공의 성 라퓨타'를 연상시키는 상상력이다. 이쯤되면 진부하다, 상투적이다는 비판이 쏟아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별 문제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토리의 진부함, 상투성을 메우고도 남는 신기의 CG, 천의무봉의 연출력 때문이다. 여기에 샘 워싱턴,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과 같은 수준급 연기자들의 매력적인 연기가 뒷받침됐다.
신선한 점이 또 있다. '아바타'가 다분히 신화적이라는 것이다.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산다. 나무, 새, 동물과 영혼의 교감을 나눈다. 나무들은 뿌리로 온갖 얘기를 주고받고, 동물들도 나비족과 친구가 된다. 첨단무기로 무장한 지구인과 맞서 싸운다. 나비족의 외모는 아메리칸 인디언을 연상시킨다. 그래서다. '아바타'는 자연스럽게 미국 서부개척시대 백인과 인디언의 치열한 대결과 겹쳐진다. 그런데 영화에서 승자는 순수 토착민이다. 사려 깊은 역사관, 생태주의 자연관이 느껴진다. 카메론 감독은 최첨단 컴퓨터 기술로 멋진 신화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카메론은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당시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고 외쳤다. 그 수상 소감은 허언이 아니었다. '아바타'가 확실한 증거다. 이제 아무도 '왕의 귀환'을 의심하지 않는다. '아바타'를 빼놓고는 2009년 영화계를 정리할 수 없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
카메론 감독은 12년 전에 이미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97년 '타이타닉'으로 전무후무한 흥행 기록을 세웠고,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에이리언2' 등으로 명성을 얻은 뒤였다.
'아바타'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엄청난 제작비와 물량 공세, 화끈한 볼거리, 느슨한 스토리로 짜여져 있다. 하지만 여느 블록버스터와 차원이 다르다. 2000년대 블록버스터의 절정이라고 평가받는 '반지의 제왕'(피터 잭슨)과 '트랜스포머'(마이클 베이)를 발 아래 거느린다. '2012'(롤랜드 에머리히)의 내용 없는 CG 물량주의가 얼마나 공허한가를 직접 보여준다. 굳이 NBA와 비교하자면, 마이클 조던과 기타 선수들 쯤 될 것이다.
'아바타'는 특히 현대 영화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감정까지 세밀하게 잡아내는 '이모션 캡처'가 백미다. 배우의 움직임을 그대로 포착해 CG(컴퓨터 그래픽)로 담아낸 '퍼포먼스 캡처'는 더러 있었다. 하지만 카메론은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CG로 만든 캐릭터로 실제 배우의 감정 표현과 같은 정밀한 연기를 보여준다. 판도라 행성의 여전사 네이티리(조 샐다나)에 대해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손색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바타'는 처음부터 완전한 3D 영화로 제작됐다. 화면의 생생함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판도라 토착민 나비(NAVI)족의 거주지인 홈트리의 숲과 나무, 폭포, 동물들은 손에 잡힐 듯 사실적이다. 진짜로 그곳을 여행하고 온 듯하다. 은은한 빛의 향연을 보여주는 영혼의 나무 '에이와'는 환상적이고, 이크란(나비족이 비행할 때 타는 익룡처럼 생긴 새)의 아찔한 비행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러나 오해하면 안된다. '아바타'는 최첨단 기술 범벅인 영화가 아니다. 분명 주목받을 만한 성취지만, CG는 영화의 일부분일 뿐이다. 진짜 놀라운 점은, 카메론 감독의 연출력과 뚝심이다. 그는 뻔한 얘기를 뻔하지 않게, 닳고 닳은 얘기를 짜릿하고 흥미진진한 얘기로 바꿔놓았다. 2시간 40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기술이 만능이 아니다"는 평소 주장을 작품으로 실천한다.
스토리를 보자. 가까운 미래, 지구인들은 먼 판도라 행성에 주둔 기지를 건설한다. 판도라의 지하에는 언옵타늄이라는 고가의 자원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한 기업이 그 자원에 눈독을 들인다. 해병대 출신 제이크 설리는 과학자였던 쌍둥이 형 대신 '아바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나비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한, 원격조종이 가능한 새로운 생명체가 된다. 설리는 임무 수행 중 나비족의 여전사 네이티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나비족과 정서적 교감을 나눈다. 곧이어 지구인과 나비족 사이에 운명의 전투가 벌어진다. 이후의 전개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 스토리에서 많은 영화가 떠오른다.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닮았다는 것이다. '허공에 떠 있는 섬' 역시 '천공의 성 라퓨타'를 연상시키는 상상력이다. 이쯤되면 진부하다, 상투적이다는 비판이 쏟아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별 문제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토리의 진부함, 상투성을 메우고도 남는 신기의 CG, 천의무봉의 연출력 때문이다. 여기에 샘 워싱턴,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과 같은 수준급 연기자들의 매력적인 연기가 뒷받침됐다.
신선한 점이 또 있다. '아바타'가 다분히 신화적이라는 것이다.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산다. 나무, 새, 동물과 영혼의 교감을 나눈다. 나무들은 뿌리로 온갖 얘기를 주고받고, 동물들도 나비족과 친구가 된다. 첨단무기로 무장한 지구인과 맞서 싸운다. 나비족의 외모는 아메리칸 인디언을 연상시킨다. 그래서다. '아바타'는 자연스럽게 미국 서부개척시대 백인과 인디언의 치열한 대결과 겹쳐진다. 그런데 영화에서 승자는 순수 토착민이다. 사려 깊은 역사관, 생태주의 자연관이 느껴진다. 카메론 감독은 최첨단 컴퓨터 기술로 멋진 신화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카메론은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당시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고 외쳤다. 그 수상 소감은 허언이 아니었다. '아바타'가 확실한 증거다. 이제 아무도 '왕의 귀환'을 의심하지 않는다. '아바타'를 빼놓고는 2009년 영화계를 정리할 수 없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