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호랑이처럼 포효하는 IT

한국 IT(정보기술)주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 주가가 5일 전날보다 2% 가까이 오른 82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올 증시 개장일인 지난 4일 3개월 만에 80만원대를 회복한 데 이어, 이날 장중엔 지난해 9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82만9000원)를 찍기도 했다.

새해 벽두 증시에서 IT주의 기세가 무섭게 달아오르면서 IT주가 잃어버린 '대장주'(대표주)의 자리를 올해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른 대형 IT주인 LG디스플레이와 하이닉스는 이날 결국 하락 마감했지만,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장중 한때 나란히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IT주가 소속된 전기전자업종은 이날 삼성전자의 상승세에 힘입어 업종 지수가 8109.11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IT주가 이처럼 새해에 강세를 보이는 것은 올해 전 세계 IT산업 경기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전반적인 경기 불확실성으로 IT 수요가 높지 않은 데다가 설비 투자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특히 IT주의 강세는 올해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5일 새벽(한국시각) 끝난 미국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2주 최고치인 366.08로 마감했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하이닉스 등 대형 IT주에 대한 증권사 목표가격도 줄줄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 신영증권이 이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90만원에서 95만원으로, 유진투자증권은 94만원에서 106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적지 않은 전문가가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100만원대를 찍을 것이라는 과감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이닉스 등 다른 IT주들이 지난해 저점에서 현재 2배 이상 올랐지만, 삼성전자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것이 이유다. 대형 IT주뿐 아니라 중소형 IT주도 3D(3차원) 화면 등의 테마주 열풍과 함께 지난달 하순 이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선임연구원은 "올해는 IT주 외에는 매력적인 업종이 없어 보인다"면서 "IT주가 신고가를 경신해 비싸 보일 수 있지만, 비싸 보이는 종목을 사는 위험을 감수하면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IT주식이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일본과 대만 업체들이 IT 분야에서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는 데다가,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의외로 늦어질 경우 국내 IT업체들의 주가 상승이 예상에 못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