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백(白)의 명국(名局)

〈총보〉(1~218)=꽤 난해한 한 판. 그러면서도 시종 한순간도 한눈팔 수 없는 스릴 만점의 일국이었다. 우하귀 패맛을 변수로 남긴 채 둘은 세계 정상급다운 기예를 유감없이 펼쳤다. 특히 백의 치밀한 작전구상이 돋보였다. 소맷자락을 잡힌 듯하다가도 그의 몸은 열 길 허공을 솟구쳤고, 대마를 미끼로 더 큰 신천지를 개척했다.

모처럼 이창호다운 솜씨를 보여준 명국이란 중평. 마지막 162 때 마주친 함정(陷穽)을 용케 비켜감으로써 승리를 지켜냈다. 참고도 1·3으로 좌상 백 3점을 구출하려는 유혹을 떨쳐낸 것이다. 그렇게 두었다면 흑 4로 상변이 깨져 득보다 실이 훨씬 컸을 것이고 승부도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창호가 추쥔에 나흘 전 당했던 삼성화재배 준결승 1대2 패배를 설욕했다는 점이 값져 보인다. 승부 심리란 묘해서, 몇 차례 연패가 쌓이다 보면 부담감 때문에 다음 승부가 힘들어지는 법이다. 올해 LG배에서의 이창호, 뭔가 기대해 볼 만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56 100 178 184 190 196 202 208 214…48, 97 175 181 187 193 199 205 211 217…51, 182…126, 183…78, 218수 끝 백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9분, 흑 2시간 5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