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어 러브' 이하나의 사랑, 연기 그리고 인생

아버지 친구 안성기 선생님과 '두려움 없는 사랑'문제 없어요!

　"예술적 온도가 맞는 사랑을 하고 싶어요."

영화배우 이하나. 마냥 엉뚱하고, 천진난만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생각이 많은 타입이다. 드라마 캐릭터처럼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게 아니라 오히려 수줍음이 많아 표현이 서툴다. 한 마디로 인터뷰하기 편한 배우가 아니다.

이런 이하나가 영화 '페어 러브'(감독 신연식)에서 아버지뻘인 안성기와 사랑 연기를 펼쳤다. 두 배우의 만남이 왠지 진한 멜로보다 풋풋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안성기 선생님을 처음 보자마자 설레었어요. 청바지에 셔츠, 재킷을 입으셨는데 굉장히 멋있었어요. 외국의 멋진 중년배우 같은..., 리차드 기어 필이었어요. 나이는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웃음)"

그녀의 이런 마음에도 50대인 아버지 친구와의 사랑 연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는 이런 경우가 굉장히 생소하죠. 그런데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11분' 첫 장에 나오는 '모든 사랑 이야기는 닮아있다'는 문구처럼 사랑은 개개인의 몫이에요. 늘 공정하지 않고, 기울기도 했다가 받기도 하는 거죠. 사실 전 항상 주는 사랑에 익숙한데, 그게 행복해요. 결국 나를 위한 사랑이거든요. 그래서 나이 차이나 아빠 친구란 사실은 제게는 상관 없어요."

그동안 드라마 '연애시대' '메리대구 공방전' 등에서 평범하지 않은 사랑 연기를 해온 이하나. 또 범상치 않은 사랑관을 지닌 그녀의 이상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얼마 전 도서관에서 비틀즈 일대기를 읽었는데, 오노 요코 부분을 찾아 봤어요. 전 세계 사람들이 오노 요코를 영국의 국보인 존 레논을 훔쳐간 마녀라고 불렀거든요. 수많은 욕을 먹고 공격받은 사람인데 그걸 극복한 사랑이 제 마음을 건드렸어요"라며 "존 레논이 '주변에 예쁘고 젊은 여자는 많지만 예술적 온도가 맞은 사람은 오노 요코 뿐이다'라고 했거든요"라고 말했다.

같은 직업인 연기자와의 만남에 대해 그녀는 "연기자는 그냥 TV에 나오는 사람들 같아서 거리감이 있어요. 너무 출중하고 포스가 있어 옆에 서면 제가 옆집 아이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오히려 글 잘 쓰고, 곡 잘 만드는 사람에 가까워요"라고 귀띔했다.

음악을 전공한 이하나는 '먼지가 되어'를 작곡한 가수 이대헌의 딸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연기 중에도 그녀는 녹음기를 놓지 못하고 틈틈이 작곡을 한다.

"저의 외로움 슬픔 기쁨의 분출 수단이 곡작업이에요. 울면서 쓴 노래도 있고요. 예전엔 그냥 심심해서 한다고 생각했는데 녹음기를 한번 잃어버리고 나니까 가슴이 휑해지더라고요. '내가 애착이 굉장히 컸구나'를 느꼈죠."

그녀는 자신이 출연한 작품의 OST 앨범에 여러 번 참여해 출중한 기타연주와 보컬실력을 자랑했다. '페어 러브'에서도 아낌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연기와 노래, 작곡, MC까지 다방면에서 여러 가지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하나는 지난 2006년 드라마 '연애시대' 데뷔 후 쉬지 않고 달려왔다. 드라마 '꽃피는 봄이 오면' '메리대구 공방전' '태양의 여자' '트리플', 영화 '식객', 음악 프로그램 '이하나의 페퍼민트'까지 4년 동안 공백이 없었다.

이하나는 "치열한 게 좋아요. 쉬는 꼴을 못 봐요. 아무리 스트레스 쌓이고 힘들어도 이틀 동안 집에 있으면 뭐라도 해야 해요. 20대는 그렇게 살고 싶어요. 대신 30대는 좀 여유롭게 살고 싶어요. 그런데 열정이 좀 걸려요. 20대는 뚜렷한 목표가 없어도 몸을 움직이는데, 조금씩 알수록 열정이 수그러들게 되요. 성취감이 생기니까 허무를 알게 되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